병자영성체를 다니다 보면, “신부님, 빨리 하느님께 가면 좋겠습니다.”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그럴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생로병사는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간에게 제일 고통을 주는 것이 아마 ‘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벳자타 연못가의 병자는 38년 간 병으로 누워있었다니, 그 고통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이 정도면 정말 하느님이 원망스러운 날들이 많았을 겁니다. 살다 보면 원치 않게 찾아오는 병은 그러나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 죄가 많아서 그 벌로 하느님께서 병을 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느님을 원망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악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은 건강하게 잘도 사는데, 큰 죄도 짓지 않고 착하게 사는 나에게 왜 이런 병을 주시는가?”하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병은 삶의 어느 순간에, 선한 사람에게든 악한 사람에게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현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늙고 병들고 죽음을 앞둔 그 순간순간에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언제나 나를 좋은 길로 이끄신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겸손하게 또 간절하게 청해야 합니다. 정말 잘 늙게 도와주시기를, 이 병을 낫게 해 주시기를 그리고 선한 죽음을 맞게 해 주시기를 청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병자에게 “이제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 짓지 마라.”하고 말씀하십니다. 더 큰 병을 얻지 않도록 죄 짓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죄를 지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더 나쁜 일이라는 말씀입니다. 사람이 병들지 않고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면, 하느님을 금세 잊어버리고 말 겁니다. 그래서 삶의 모든 순간은 하느님 앞에 겸손함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오늘의 기도지향
코로나 19로 희생된 전 세계 모든 이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