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어요

경향잡지에 연재하고 있는 교부들의 신앙」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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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안셀모 신부

 

복음은 글자가 아니라 소리입니다. 간음한 여인을 단죄하기 위해 돌을 들고 찾아 온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하신 일이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에 쓰신 침묵의 소리뿐이었습니다(요한 8장 참조). 예수님께서는 그 어떤 글자도 이 세상에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선포하셨던 하늘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기쁜 소리’, 복음이라고 부릅니다.

 

소리주고받음입니다.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음하느님과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이며, 상대방의 뜻을 헤아리는 소통의 언어입니다.

 

일상에서 우리 서로간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소통의 언어는 입니다. 그래서 말은 단순한 소리의 전달이 아니라 마음의 전달입니다. 마음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실함입니다. 서로간의 대화 속에 진실 됨이 없다면 소통은 깨지고 관계는 금방 단절되어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전하는 말 속에는 다른 마음, , ‘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재주와 같습니다. 그래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려한 언변이나 기교는 결국 대화를 망쳐버립니다. 이런 말은 가 되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입은 재앙의 문이다”(口禍之門)라는 사자성어가 생겨난 연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호에서는 에 대해서 함께 나누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 다는 말이 있듯이 은 큰 힘과 위력을 가집니다. 이러한 말에는 종류가 있는데, ‘선한 말악한 말이 그것입니다. 성경을 통해 살펴본 선한 말에는, 위로의 말, 지혜로운 말, 바른말, 다정한 말, 부드러운 말, 경우에 닿는 말, 기쁘게 해주는 말, 감사의 말 등이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말입니다.

 

그리고 악한 말로는, 거만한 말, 헛된 말, 부질없는 말, 거짓말, 헐뜯는 말, 위선적인 말, 증오의 말, 유혹하는 말, 고자질하는 말, 남을 해치는 말, 상스러운 말, 무엄한 말, 아첨하는 말 등이 있습니다. 이는 곧 사람을 죽이는 말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물론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는 말이 있듯이, 듣는 순간 우리의 마음을 후벼 팔 때도 있지만, 그 말 속에 진심이 들어있다면, 그 아픔 뒤에 새롭게 샘솟는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예를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요한 1서 강해78장의 형제적 충고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그대의 아들을 나무라지 않는다고 아들을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대의 이웃을 꾸짖지 않는다고 그를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사랑이란 열성을 다해서 바로잡아주고 고쳐줍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잘 되라고 나무랍니다 ... 아버지는 잘못을 바로잡되 독 없이 꾸짖습니다. 여러분도 모든 이에게 그렇게 해야 합니다 ... 사랑은 까마귀가 아니라 비둘기처럼 독 없이 모집니다. 그러니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그대 원하는 바를 행하십시오 ... 형제를 바로잡아 주려거든 사랑으로 바로잡아 주십시오.(아우구스티누스, 요한 1서 강해7, 8.)


한편, 분노와 악의에 차서 내뱉는 욕설과 비난의 말은 사람을 죽입니다. 악한 말을 들었을 때도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심장을 옥죄고 분노와 화로 치밀게 해서 그 사람을 내적으로 죽여 버립니다.

 

그래서 암브로시우스는 말에 관한 조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죄가 어떻게 들어옵니까? 우리는 말이 많으면 죄를 피할 길이 없다는 말씀을 읽습니다. 많은 말이 쏟아져 나왔을 때 죄가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많은 말을 쏟아 낼 때 우리는 절제를 모릅니다. 우리는 슬기가 부족해서 잘못을 저지릅니다. 사실 신중하게 따져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중대한 죄입니다. (암브로시우스, 카인과 아벨1,9,36.)

 

또한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혀를 단련시킬 것을 권고합니다.

 

우리 혀가 좋은 말을 하도록 단련시킵시다. “네 혀는 악을 조심하여라라는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혀를 주신 것은 악한 말을 하거나 요ᅟᅩᆨ하거나 서로 비방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찬미 노래를 부르고, “듣는 이들에게 은총을 가져다주는”(에페 4,29)것들, 교화와 유익을 가져오는 것들을 말하라고 주신 것입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히브리서 강해1, 4.)

 

이처럼, 말은 마음을 담아냅니다. 그래서 말은 마음의 소리입니다. 이런 점에서,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의 구조가 새롭게 보입니다. 입 구()가 세 개 모여, 즉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말에 우리의 품격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화술로 장식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달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한마디의 품격 있는 말을 위해 침묵은 필요하다고 익명의 어느 누군가가 화장실의 벽에 써 붙여 놓았나 봅니다. 이 한마디의 품격 있는 말은 침묵을 통해 하느님을 찬양하는 말로 숙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영혼을 깨우십시오. 그리하여 그분의 지혜로써 무엇이 적절한 것인지 알고, 그분의 의지로써 어떤 계명을 실천하십시오. 악인들을 기쁘게 하는 사람은 악인들보다 더욱 악합니다. 불순한 말들은 군말이고 속 빈 소음일 뿐입니다. “말이 많은 데에는 허물이 있기 마련이라 했습니다. 말이 많은 것은 훈육을 받지 못한 표시입니다. (시리아인 에프렘, 타티아누스의 네 복음서 발체 합본 주해22, 4.)

 

침묵을 지키기 위하여 때로는 좋은 것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면, 죄에 대한 벌을 두려워하여 악한 말은 아예 피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주제가 좋고 거룩하며 건설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완덕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잦은 대화를 삼가야 합니다. “말이 많으면 죄를 피할 길이 없다”, “혀에 죽음과 삶이 달려있다”(잠언 18,21 칠십인역)라고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고 가르치는 것은 선생이 해야할 일입니다. 제자의 의무는 듣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베네딕도, 수도규칙, 6)

 

 

이 글에 인용된 교부들의 말씀은 분도출판사, 교부들의 성경 주해에서 발췌하여 사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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