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8일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사자성어 가운데,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말이 있다. 소 귀에 경 읽기. 제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알아 듣지 못하거나, 알아 들으려 하지 않을 때에 쓰는 말이다. 하긴 소가 사람이 아닌 이상, 어떻게 경전 읽는 소리를 알아 들을 수 있을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기대하고, 사랑하려고 했던 이들의 실체를 알고 나서, 무력감을 느끼는 예수를 만난다. 살아가면서 최소한 한 두 번 이상의 무력감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극기생활을 하며, 회개를 외쳤을 때에는 미쳤다고 하더니, 예수께서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서 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니까, “저 자는 먹보요 술꾼이다”라고 매도해 버리는 세상에 대한 무력감, 그래서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라고 한탄하는 예수의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실망감, 그리고 무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무력감, 사람이 되신 하느님 예수의 실망, 그로 말미암는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 예수의 한숨 소리!!! 그러나 그분은 또다시 두 주먹 불끈 쥐신다. 세상의 더러움과 세상의 역겨움을 몰아내시려, 당신의 제자들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십자가를 향하신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성찬기도 4양식에 이런 말이 있다. “거룩하신 아버지, 예수께서는 아버지께 현양 받으실 때가 되자, 세상에서 못내 사랑하던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나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당신의 제자로 삼기를 바라신 예수의 그 그윽한 눈길을 닮으려는 사람들이 우리들 신앙인이다. 혹시, 가정에서 직장에서, 우리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사랑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면, 오늘 하루만 우리들의 주님처럼 한숨 짓고, 내일부터는 다시 두 주먹 불끈 쥐며, 예수와 함께 사랑의 길을 걸어 봄이 어떠할까?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