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원고
[제단체 소개글]
 
온천성당 대건회 사순 “믿음” 피정을 다녀와서...
 
                                                                             정일영 바오로
 
매화꽃이 시기를 잘못 타고 피어 꽃샘추위에 시달리고 겨우내 아름드리 자태를 뽐내던 동백꽃들은 이제 더 이상 고개를 들지 못해 땅으로 떨구어지면 잇달아 서로 봄소식 먼저 알리려 저마다 피는 꽃들이 그 순들을 틔워 흐드러지게 화답하니 내가 사는 부산의 봄은 언제나 그렇게 찾아온다. 어느 봄인들 다르랴마는, 마음과 몸을 웅크리게 했던 지난 겨울의 혹독함에 대한 기억이 이 봄의 향을 더욱 짙게 만들 때가 많다. 이런 봄기운에 마음 설레어지면 햇볕이 따사한 어느 곳에 가만히 앉아 지나간 좋은 기억들 회상하며 씨익 헤설프게 웃어 보고도 싶다.
마음 가난해도 마냥 좋기만 한 봄, 그러나 마음결 좋은 이들이 함께 있다면 한 없이 나누고 싶은 이 봄에
본당 대건회 형제들과 믿음의 해를 살아가는 믿음 피정을 다녀왔다. 피정 날이 사순기간 중에 있어 본당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이 부활을 기다리는 분주한 상황이었지만 망중한의 영성 틈 속에서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일상도 하늘의 축복으로 여겼던지라 모두 좋은 마음 담아 피정지인 예수성심전교수녀원으로 향했다. 피정 시작 전, 미리 준비 해둔 차와 다과를 나누는 동안 참가한 대건회원들의 얼굴은 모두 밝은 표정으로 가득했다. 피정 시간 중의 잠시였지만 앞서 얘기 했듯 모든 걸 내려놓았다는 것이 이들을 이렇게 밝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쉼 없이 달려가기만 하는 일상 속에서 피정이라는 영적 휴식이 우리에게 주는 하느님의 은총은 가히 어떠한 행복과도 비견 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한번 돌아 볼 여유조차 없었던 우리들, 홀로 앉아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우려 본 적 없었던 시간들,
그리고 언제쯤이면 여유를 찾아 삶을 누릴 수 있을지 확신 할 수 없는 인생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어쩌면 누군가에게 조금은 기대고 싶은 온전한 하느님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지난 시기 대건회의 결성은 2016년 본당복음의 해, ‘제단체 활성화’라는 사목지침의 일환으로 형제 교우들의 적극적인 신앙 활동을 위해 사목 고민을 하시던 주임신부님께서 세대별 연령대로 나누어 55세 이하의 형제들로 구성시키시며 본당의 차량봉사, 주차안내, 전례협조(복사 및 미사 안내 등), 그 밖의 궂은일들 도맡아 하고 투철한 신앙과 신념을 지니셨던 성 김대건안드레아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본받으며 하느님 사랑 안에서 태동하여 활동하는 신심단체이다.
회원들의 대부분이 사회에서 그리고 집안에서 아직은 왕성하게 생활해야 하는 나이들이고 언제나 회사에서의 업무 걱정, 집에 가서는 아빠만 바라보고 있는 아내와 자식 걱정, 이제는 점점 연로해 가시는 양가 부모님 걱정 등 걱정거리들 한아름씩 안고 살아가는 어쩌면 어깨에 참 많은 짐을 짊어진 이 시대의 젊은 아빠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만나기만하면 뭐 특별하지 않아도 회원들 간에 자신들의 얘기 들어 줄 수 있는 이들이 있고 자신이 마음을 열고 얘기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어 서로의 마음들 공감하니 함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는 본당의 신실한 형제 제단체중의 하나이다.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못한 부산의 남자들이라 흐드러지게 피는 봄꽃에 감성 젖어드는 건 힘들 것이고 나보다는 가족들이 우선이어야 하기에 이제 와서 새롭게 뭔가에 도전하는 일조차 선뜻 망설여지는 이들이기도하다. 그런지 나는 더욱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고 진한 감탄을 수없이 받는 화사한 벚꽃이나 진달래도 좋지만, 낙엽 한 잎 제대로 헤쳐 나올 힘도 없이, 이슬 한 움큼 머금고 저 혼자 힘으로 고된 싹을 피우는 풀꽃들을 찾아 함께 하는 것이 어느새 좋아진 이시기에 사람들 속에서의 화려함과 나 혼자만의 평안함도 좋지만 복음 말씀 한움큼 움켜지고 제 가족들 끌어안고 고된 삶을 피우는 우리 대건 형제들과의 함께 함이 나에게는 더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들과 함께하는 피정의 시간 동안 지도신부님께서 준비해 주신 강의도 듣고 성체현시와 함께 한참의 침묵 시간도 가졌다. 성전에 서로 적당히 떨어져 앉아 어떠한 생각들 다 멈춘 체 침묵해보라는 신부님의 말씀도 있으셨지만 피정을 마친 후 각자 가졌던 나눔의 시간에서는 그렇게 침묵하는 동안 한참의 다른 생각들도 떠올라 오로지 침묵 속에 있기가 솔직히 힘들었다는 고백도 있었다. 그렇다 각박한 이 사회 속에서 아직은 허리를 굽혀야 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며 온갖 생각의 소음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그저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있어도 되는 그 쉬운 침묵들은 가장 어렵기만 한 것이었다.
어느 피정을 가던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피정지의 안과 피정지의 밖은 너무나도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이번 피정도 나에게는 마찬가지였다. 성인 남성의 걸음으로 본당에서 불과 20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피정지이나 그 안과 밖은 참 많이 달라 보인다. 그래서 그것이 참 좋다. 일상 속 세상에서 아주 잠시만 벗어나 쉬고 싶을 때, 나를 어서 오라며 받아 주는 또 다른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방에 만개를 기다리는 목련 망울 가득했던 좋은 곳에 우리를 위해 그곳을 마련하여 주신 예수성심전교수녀원의 수녀님들도 참 고마웠고 처음부터 끝까지 피정의 영적지도를 해주신 조광우 엘리야 신부님께도 감사의 인사드린다. 또한 우리 대건회 형제들께도 함께 해줘서 좋았다는 말을 전하며 같이 하지는 못하였지만 마음으로 함께 해준 형제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대건회의 문을 두드리며 함께 할 형제들께도 서로 손 꼭 맞잡고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를 그 귀한 시간동안 포근히 보듬어 주신 하느님께 사랑과 흠숭의 마음을 봉헌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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