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시간을 거치며 -최정인 라파엘라-

위로의 시간을 거치며
 
                                                        최정인 라파엘라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더 시간이 지났어도 헤어질 준비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간절하게 이 헤어짐이 조금 더 뒤로 미루어지기를 기도했지만, 결국 아버지는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시고 남아있는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셨다. 돌아가시기 전 대세를 받으신 아버지를 위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늘나라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며칠 뒤 슬픔에 빠져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방문한 곳은 온천성당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몇 번 가보았던 온천성당, 그 곳은 내가 기억하는 그 느낌 그대로 변함없이 있었다. 우리가 방문하였을 때는 미사가 없는 시간이여서 마치 한적한 시골마을을 보는 듯 성당은 평화로워보였다. 아버지를 위해 연미사를 신청하고, 미사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미사가 이루어지는 지 정확히 몰랐지만 그 시간은 아버지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시간, 헤어짐이 받아드려지지 않는 나를 위한 위로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 덧 6개월이 지나가버렸다.
2017년 1월 성당에서는 예비자 교리반이 개강되었다. 주말이면 미사에 참여하던 우리 가족도 성당을 제대로 알아 갈 수 있는 마음이 생겨있었다. 어머니도 남편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교리반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아이들도 주일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다. 미사시간도 교리시간도 편안하게 느껴졌고, 신부님들도 수녀님들도 마냥 편안하게 느껴졌다. 고마웠다.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을 통해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치유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2017년 6월 17일 아이들의 세례식, 7월 23일 어머니, 남편 그리고 나의 세례식이 있었고, 우리 가족 모두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 세례 후 레지오 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 전원준 라파엘, 성당 전례부를 하고 있는 전지원 미카엘라, 주일학교 친구들과 조금씩 친해져가며 성당과 친숙해져가고 있는 전지수 가브리엘라, 아버지 최주환 요셉을 위해 조용히,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는 어머니 강양희 마리아에게 언제나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