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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신부님 인사말 (가테드라 통권72호 서문) 
     

10월 저녁이면 묵주기도로 영글어가고
낮에는 단풍든 정원의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몇 달의 시간이 흘러 새해를 맞으면서
한 겨울 잠깐 눈 내리는 정원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동네 꼬마들 몇이 정원에 와 눈 위를 밟고 있었습니다.
빛바랜 잔디위에 쌓인 눈들이 동심의 마음을 일깨우는 것 같았습니다.

사제관도 벌써 여러 사람들이 들렀다 갔습니다.
분과장들, 단체장들, 직원들, 신자들
어쩌면 잠시 들러 머문 시간보다
못 다한 말들을 더 많이 안고 돌아간 이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곧 봄이 올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성당 정원의 봄 모습이 어떨지는 아직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으로 느껴지고 그려집니다.
초록이 싱그럽게 가득찰 것 같습니다.
그러면 유치원 꼬마들도 선생님들과 같이 줄서 나들이를 하겠지요.
지난 가을의 모습이 새 봄에도 다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정원 성모상의 모습은 항상 사랑이 가득하여 좋습니다.
성당오가며 그곳을 향해 고개 숙이고 인사하는 이들
정원을 가로질러 가며 잠시 멈추고 기도하는 이들
모두의 마음에는 간절함이 있고 기도로 드러나는 숨은 염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보기가 좋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수녀님들 손이 더 분주해짐을 봅니다.
표시된 자리에 흰 대야를 갖다놓아야 하니 그렇겠지요.
제의방에도 대야가, 벽면 통로에는 대야가 놓여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땐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어색함이 많이 묻어났지만
몇 번 보니 이런 모습이 또 우리 사람사는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빗방울과 함께 시골집 처마 끝을 보며 느낄 수 있는 정겨움이 묻어났습니다.
아주 오래전 신축 중인 성당지하에서 장맛비를 피해 미사를 할 때
제대위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도 같이 생각이 났고요.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 부족함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우리도 이런 부족함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주님께 나아가야겠지요.
주님의 축복이 더 필요하고 주님의 사랑이 더 필요한 공동체임을 생각하면서요.

 

                               2018년  1월  

                         남천성당 사제관에서  예정출 가브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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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1월 성당 정원의 가을



예정출 주임신부님 부임 사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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