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의 마지막 여정] (11) 사도를 보내며, 트레 폰타네

트레 폰타네에서 눈물을 마주치다
발행일 : 2009-04-12
오혜민 기자

- 바오로 사도의 순교장면을 보여주는 그림. 목이 튄 세 군데에 물이 솟아나고 있다.
- 바오로 사도의 목을 대고 잘랐다고 전해지는 돌기둥.
- 트레 폰타네 바오로 순교기념성당 입구 전경.
- 바오로 사도의 순교장면을 나타내는 조각.
바오로가 순교했다.

취재 동안 항상 의지해온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기분이다. ‘바오로 로드’와 ‘바오로의 마지막 여정’을 통해서 매일 만났고 생각했던 성인을 말이다.

이곳은 ‘트레 폰타네(Tre Fontane, 三泉)’. 바오로가 순교한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2년간 가택연금 됐던 바오로가 어떻게 순교할 수 있었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64년 네로 박해 때 순교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네로가 빈민가를 불 지르자 시민여론이 사나워졌고, 황제는 다급한 나머지 그리스도인들을 방화범으로 몰아 박해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 때 바오로와 베드로 모두 순교한 것으로 여겨진다.

베드로는 ‘십자가형’을 받았지만 로마시민이었던 바오로는 ‘참수형’으로 순교할 수 있었다. 전설에 따르자면 이곳에서 형리가 사도 바오로의 목을 자르니 머리가 세 번 튀었다. 사도의 머리가 튄 자리마다 샘물이 퐁퐁 솟아났는데 이것을 형상화한 그림, 조각이 이곳 성당 제대 가까이에 크게 걸려있다.

트레 폰타네 바오로 순교 기념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아담한 규모에 너무나 고요하다. 바오로가 참수됐을 때 그의 목을 대고 잘랐다는 돌기둥과 3개의 분수를 뜻하는 솟아나는 샘물도 보인다.

이곳에서 사도를 보낸다. 오랜 전도여행 안에서 겪은 수많은 고난, 외로움, 도전.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찾아온 로마, 그리고 죽음. 사도가 오롯이 버텨냈던 고통을 순교로서 승화하던 그날. 순교를 나타낸 그림 앞에서 나는 얼마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제 나도 그의 순교를 끝으로 사도와의 마지막 여정을 다했다.

성당을 나오는 길. 한 멕시코인 수녀가 비를 들고 성당 마당을 쓸고 있다. 오블라띠 산타 마르타 수녀회 소속인 ‘산냐 수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5년 전부터 이곳에 머무르며 사제직을 보조하며 교리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도 바오로가 돌아가셨다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수녀의 입가에 금세 소녀 같은 웃음이 번진다. 사도 바오로에 대해 묻자 ‘열정’ ‘용감’ ‘믿음’ ‘도전’이라는 단어가 이어졌다. ‘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분’ ‘예수 그리스도의 병사’라는 대답도 덧붙여진다.

‘바오로’라는 이름 하나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한다. 그를 기억하고 이러한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진정한 ‘바오로 해’를 살고 있다.

산냐 수녀와 바오로에 대한 안녕을 고하며 트레 폰타네를 떠나는 길.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성당을 나오지 못하고 입구에 오도카니 서서 비를 피한다. ‘바오로 로드’와 ‘사도 바오로의 마지막 여정’을 취재하며 처음 맞는 비다.

 

 -자료출처: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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