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바오로의 마지막 여정] (3) 오혜민 기자의 취재기 - 몰타, 바오로 섬

발행일 : 2009-01-11
오혜민 기자

바오로, 손 뻗으면 닿을까…

몰타의 버스에는 가톨릭국가 답게

바오로·마리아의 그림이 붙어있다

타의 지도를 주르륵 펼친다.

성 바오로(St. Paul’s)로 시작하는 여러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바오로 해변(St. Paul’s bay)에 있는 바오로 섬(St. Paul’s Island)에 점 하나를 찍고 숙소를 나갈 채비를 한다. 바오로 섬은 바오로가 로마로 호송되던 도중 난파당해 불시착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아직까지도 그 지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애타게 기다린 가방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다시 전날 입었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카메라 가방을 달랑 맨다. 뜨거운 햇살 아래로 버스들이 줄을 짓는다. 수도 발레타에서 바오로 섬까지 가려면 환승을 해야 하므로 50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곳을 취재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며 버스에 올라탄다. 다행히 몰타에서는 몰타어와 함께 영어도 통용된다. 몰타어는 역사적으로 아랍어의 한 방언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지리적으로 아랍과 떨어져 있어 새로운 셈어족으로 갈라져 나왔다고 한다. 셈어면서 라틴문자를 쓰는 유일한 언어기도 하다. 흥미롭다.

버스 기사는 유유자적이다. 빠듯한 취재일정에 마음은 급한데 아예 버스를 길가에 세워놓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따끈따끈한 햇살이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다. 가톨릭국가답게 버스마다 마리아 그림, 십자가, 바오로 상본 등이 붙어있다. 기사가 터덜터덜 돌아와 좋아하는 펑키음악을 튼다. 털털거리는 시골버스가 바오로 섬으로 나를 인도했다.

버스를 갈아타고 바오로 해변에 내린다. 기막힌 모래사장을 생각했더니 이건 웬걸, 고기잡이배 몇 척이 있을 뿐이다. 종종 여행객들을 싣고 ‘하버투어’를 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손님이 없어 운행을 하지 않는단다.

멀리 바오로 동상이 서 있는 바오로 섬이 보인다. 렌즈를 땡겨 섬과 동상을 담은 사진을 몇 컷 찍으면 되겠지만, 나는 저 섬에 발을 디디고 싶다.

한 어부가 아들과 함께 배를 청소 중이다. 할 수 없이 어부를 설득하기로 했다. ‘바오로 해를 맞아 몰타를 찾은 한국 가톨릭신문 기자’라는 말에 몇 번을 망설이다 ‘OK’를 한다. 배를 타고 바오로 섬으로 가는 시간은 10여 분.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 아주 작은 섬 하나에 바오로 동상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그리고는 전부 들풀과 야생화뿐. 정오가 됐다. 태양이 바오로 사도 머리 위에 똑바로 섰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바오로 사도의 동상으로 달려갔다. 어부가 배를 대놓고 기다리기에 한참을 숨이 차게 달려야 한다. 셔터를 누르며 이렇게 바오로를 다시 만나 기쁘다.

숙소로 돌아와 공항에 전화를 돌려 가방소식을 묻는다. 아직도 행방불명 상태다. 중요한 자료가 든 가방을 찾지 못해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다잡는다. 가방은 꼭 찾을 것이다. 죽으러 가던 그 길.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던 그처럼 나도 그렇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바오로 섬에서 만난 바오로가 그렇게 말했다.

사진설명

▲몰타의 도시 전경

▲바오로 그림이 그려진 집들.

▲바오로 섬(St.Paul's island)의 바오로 석상.

▲몰타 버스 안에는 가톨릭을 상징하는 십자고상과 그림들이 붙어있다.

 

 -자료출처: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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