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바오로의 마지막 영정] (5) 오혜민 기자의 취재기 - 몰타여, 안녕!

발행일 : 2009-01-25
오혜민 기자

/ 오혜민 기자의 취재기 / 몰타의 환대에 가슴은 따뜻해지고

"몰타 일정을 마치고 나는 로마로 향한다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

뜨거운 몰타의 태양이 검은 머리를 따끈하게 한다.

발레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엠디나 쪽으로 향했다. 성 바오로 성당(St. Paul’s parish church)에 가기 위해서다.

여행객들을 위해 마차를 몰던 마부는 30$에 엠디나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계속해서 나를 따라오며 설득 중이다. 기분 좋은 햇살을 받으며 도착한 성 바오로 성당. 이곳 지하에는 성직자의 묘와 바오로 동상이 서 있다.

관리자는 이곳이 몰타에서 3개월 동안 바오로가 머물렀던 곳으로 추정되며, 성 바오로 사도의 동굴(St. Paul’s grotto)이라고 불리는 이곳 위에 성당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동굴 벽에는 199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곳에 들러 축복한 사진과 바오로의 난파를 기념하는 조형배가 조그맣게 동굴 벽에 걸려 있다.

성당을 나와 엠디나 박물관까지 걷는다. 아까 본 마부가 다시금 미소를 짓는다. 박물관에는 몰타만의 특이한 성화와 조각들이 전시돼있다. 대부분 성 바오로에 관한 것들이다. 사도가 가던 마지막 길, 몰타와 바오로의 잠깐의 만남이 이 나라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배가 고파졌다. 간신히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머리를 쓰다듬던 태양은 이내 바다 너머로 사라졌고, 이제 나는 몰타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지겨운 소리지만 사라진 가방은 아직도 소식이 없다. 옷 살 시간도 없어 며칠 간 같은 옷을 입고 다녔더니 거지꼴이 다 됐다. 우선 로마로 가야겠다. 로마에 가서 옷도 사고, 생필품도 사야겠다.

해가 저문 몰타에 눈부신 밤이 찾아왔다. 고풍스러운 고대도시가 유난히 반짝거린다. 야경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해맑은 몰타 여대생이 자신을 찍어달라고 시야에 뛰어든다.

사진을 찍어주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그의 이름이 ‘밀카’라는 것을 알았고, 그는 내가 바오로 해를 맞아 몰타에 온 한국 가톨릭신문 기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늦은 밤이지만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뜻밖의 초대에 나는 그를 바로 경계했지만 선한 눈을 보고 조심스럽게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몇 걸음 걸어 도착한 밀카의 집에서 나는 커피를 마셨고 짐을 잃었다는 말에 옷가지까지 선물 받았다. 우리는 곧 친구가 됐다.

긴 만남보다 ‘찰나’가 강렬할 때가 있다. 바오로와 몰타의 만남처럼 밀카와 나의 만남은 강렬했다. 바오로를 환대했던 원주민들처럼 밀카는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친구가 된 그와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나는 한 쪽 가슴이 따뜻해진 것을 느꼈다.

이제 내일이면 나는 로마로 향한다. 몰타에서 3시간 배를 타고 9시간 야간열차를 타야하는 길. 바오로 사도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야 배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자정이 다 됐으니 몇 시간 잘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몰타의 환대에 포근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사진설명

▲몰타 거리의 야경.

▲성 바오로 동굴. 사도의 난파를 뜻하는 조형배가 걸려있다.

▲사도 바오로 동굴 위에 있는 성 바오로 성당.

▲몰타에서 만난 친구, 밀카.

 -자료출처: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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