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김상원(요셉)
창을 부수던 해맑은 가을 햇살 한 무더기가 방에 들어와 노닐고 있다.
북쪽의 창을 활짝 열어젖혀 백양산을 조망했다. 쏟아지는 햇볕을 받아 단풍이 붉은 색감으로 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불현듯 가을을 가까이에서 맞으려고 서둘러 등산복을 챙겨 입고 아파트를 나섰다. 도심 속의 공원 성지곡 수원지, 1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싱그러운 공기가 물씬 코 속에 스며드는 짙은 숲 속에 도착했다.
그 옛날 백양산 기슭에 오십 여 채의 그림 같은 올망졸망, 그만그만한 초가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던 연지동이 내가 태어난 안태본安胎本이다. 어릴 때부터 여름이면 계곡 물에 멱감고 가을이면 밤을 따며 뛰놀던 산이라 백양산 골짝 골짝의 길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다. 남이 잘 모르는 한적한 오솔길을 치받아 숨을 헐떡이며 멧부리(643M)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땀에 밴 등을 씻어 준다.
정상에는 하얀 억새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다. 아슴하게 내려다보이는 김해 평야와 면면히 흐르는 유장한 낙동강의 조망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이제 2007년도 얼마 있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진다.
가톨릭문협에 가입한 지도 십여 년이 되었다. 참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 부산가톨릭문협의 올해 가을걷이를 해야 한다.
연말인 12월 27일에 제4회 부산가톨릭문학상과 아울러 제19회 가톨릭문예공모전 입상자에 대한 시상식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우리들이 마련한 잔치를 잘 치렀으면 한다.
2008년 새해엔 그 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회원님들이 모두 다시 나와 풍성한 소공동체가 되고 서로 사랑하는 문우의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7년 12월
❙축사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의 해에
교구장 직무대행 주교
황 철 수(바오로)
부산 가톨릭 문인들의 작품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의 해인 올해는, 우리 교구 공동체 모든 이들의 신앙 여정 속에 깃든 주님의 섭리를 생각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반세기 동안 교회의 반석이 되고 밑거름이 된 모든 은인들에게 감사드리며 우리 자신도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다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온 세상은 하느님 말씀의 텃밭입니다. 한 처음,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이 땅에 오시었으니 글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우리 문인들의 소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삶의 자세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정신이 작품 속에 깃들이게 될 때 우리 모두는 야곱의 우물에서 퍼 마시는 샘물처럼 목마르지 않는 영혼의 생수를 전하는 문인의 소명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질문명이 어느 때보다 팽배하고 인간의 가치 중심이 물질로서 가늠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 순간순간 하느님이 주신 고귀한 영의 식별에 마음을 써야 할 것입니다. 일회적인 삶 안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전하는 ‘세상을 향한 예언자의 소리’를 전하는 문인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더 맑게 정화되고 순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문학인들은 문인이면서 또한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개개인에게 주어진 문학적 자질도 종요하지만 바쁜 일상 안에서 정신의 여유를 갖고 자신을 겸허히 낮추면서 기도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를 더욱 충분히 발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날의 삶이 영적인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이되기를 바랍니다.
한 권의 작품집을 발간하기 위해 애쓰신 지도신부님 이하 모든 회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면서 주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2007년 10월
❙격려사
부산 가톨릭 문학 2007
김 승 주
요한 그리소스토모 신부
출장 업무로 시골길을 지나쳐 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름 동안 뒤늦은 장마비에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벼들은 그런대로 풍요로운 결실을 약속한 듯 누런 이삭을 무겁게 머리에 이고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벼이삭을 보는 제 마음도 그리 흐뭇한데 막상 농사를 지은 농부의 마음은 얼마나 더 흐뭇할까 생각하며 논두렁을 지나쳐 왔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삶의 농사를 짓습니다.
문인들은 글 쓰는 솜씨로 그 삶의 일부를 열매 맺게 합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문인들도 뜨거운 열정으로 글월의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그 소중하고 귀한 원고들을 모아 하나로 엮으니 마치도 황금물결로 일렁이는 시골의 들판을 보는 것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느낌이 피어오릅니다.
글월을 가꾼 작가 스스로 보람을 가득 누리겠지만 그 열매를 보는 이들도 기쁨에 겨울 것이라 믿습니다.
더욱이 그들을 통하여 당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시는 하느님께서야 얼마나 더 기뻐하시겠습니까?
사색하고 고뇌하며 삶의 진실과 고귀함을 글로 풀어내신 부산 가톨릭 문인회원들의 노고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책으로 엮어내시느라 애쓰신 관계자 여러분께 치하말씀 드립니다.
이제 또 하나의 디딤돌 위에 새로운 글밭 가꾸어 나가시기를 희망하며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고 또 풍요로운 축복 내려주시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