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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국수’가 아니라 ‘메밀국수’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음식이 더욱 당긴다. 시원한 음식으로 많이 찾는 것 가운데 하나가 모밀국수다. 그릇에 국물과 함께 담긴 형태로 나오기도 하고 대나무 발 등에 모밀국수만 따로 올려져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음식점에 적혀 있고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 ‘모밀’이라는 이름은 사실은 표준어가 아니다.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방언)다. 메밀은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 구황작물로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함경도에서 많이 먹던 메밀국수가 널리 퍼지면서 이 지역에서 부르던 이름인 ‘모밀’이라는 말도 함께 전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메밀은 주로 국수와 묵으로 만들어 먹었으며 냉면 사리의 주재료도 메밀이다. 초가을 강원도 봉평에 가면 메밀꽃 무리를 볼 수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저자인 이효석 생가 앞쪽 산등성이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곳에서 메밀꽃을 바라보며 메밀국수·메밀묵·메밀술 등을 맛볼 수 있다.
 
식당에서 작은 대나무 발 등에 올려놓은 메밀 사리를 장국(소스)에 찍어 먹는 형태는 일본식으로, 소위 ‘소바’라 부르는 것이다. ‘소바’(そば·蕎麥)는 메밀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지금은 ‘소바키리’(そば切り), 즉 메밀국수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모밀’은 ‘메밀’의 사투리이므로 ‘메밀’이라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니까 ‘모밀국수’가 아니라 ‘메밀국수’다. ‘모밀, 메밀’이 헷갈릴 때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생각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