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출처 : 

다를레이 자농 수사의
『참 믿음직한 이야기』에서


 

조용한 방 안에 초 네 자루가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첫 번째 초가
다른 초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평화라고 해.
사람들은 내 불빛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불을 켜고 기도하지 못해.
불빛이 점점 줄어들다가
완전히 꺼지는 거야.”

 

두 번째 초가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믿음이라고 해.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믿음에 관심이 없어.
도대체 사람들은
왜 하느님이 필요 없다는 거야?
사람들은 나를 켜고도
전혀 진지하게 기도하지 않아.
초를 왜 켜는지 모르겠어.” 

믿음 초가 말을 마쳤을 때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더니
초를 꺼 버렸다. 

 

세 번째 초가 끼어들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사랑이라고 해.” 

그렇지만 곧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초를 켜는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이제는 나를 알려고 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아.
사람들은
사랑을 한쪽 구석에 처박아 놓고
이기적으로 세상을 살아가지.” 

말을 마치고 사랑 초는 꺼졌다 
 

마지막 초가 입을 열었는데
그는 희망이었다. 

“에이, 너희들 날 혼자 버려둘 거니?
정말 이러기야?”

희망 초는
평화 초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살짝 기대어 불을 붙여 주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초도
같은 방법으로 불을 붙여 주었다.
이렇게 해서 네 자루의 초가
다시 모두 불을 밝힌 채
방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