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주는 국산 최고급 포도주인 ‘마주앙’입니다. (주)두산주류BG는 1977년부터 한국교회 공식 미사주를 공급해 왔습니다. 이전에는 왜관수도원 포도주와 수입포도주를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미사 때 성찬전례에서 사용되는 포도주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엄격한 규정에 맞춰 특별 생산되는 미사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이후부터 미사주는 경북 경산에 있는 롯데주류 공장에서만 독점적으로 생산됩니다.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얻어 국산 미사주인 ‘마주앙 미사주’ 생산을 시작한 것이 올해로 41년째입니다. 국내 와인 개발의 원조인 이순주(테오도로, 당시 동양맥주 와인개발담당)씨는 미사주 개발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우리 땅에서 생산된 포도로 술을 빚어 봉헌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미사주를 빚기 시작 했습니다.
미사주는 순수해야 하기 때문에 품종 선정에서부터 재배 수확 발효 숙성 여과 등 전 과정이 엄격하게 통제됩니다. 숙성과정도 일반 포도주처럼 1년이 아닌 2년간 지하 저장탱크에서 진행됩니다. 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 포도주 담그기 책임자였던 길아돌프 수사는 처음 생산할 때부터 두산공장에 직접 가서 함께 도왔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전체 제조과정은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공정과 관리법이 완전히 자리 잡힌 상태라 수사들이 시음을 위해 정기적으로 찾지는 않습니다. 대신 매년 8월 해포도가 수확될 때면 공장 강당에서 축복식이 열립니다. 천주교 대구교구 전례담당으로 5년째 집전하고 있는 진량성당 최창덕 신부는 “성당 신도와 공장 관계자, 생산농가 등이 함께 모여 본격적인 생산 전에 포도 축복식 미사를 지낸다”면서 “세계적으로 동일한 양식과 축복 기도문에 따라 축복식이 치러진다”고 합니다. 롯데주류 또한 첫 마음을 이어 지금까지도 미사주로 이익을 남기지 않으며, 미사주 제조에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반 포도주는 맛과 풍미를 위해 해외에서 들여온 포도주와 섞지만 미사주는 국내산 포도만 100% 사용합니다. 백포도주는 경북 의성에서 계약 재배하는 세이벨(Seibel) 품종으로 만듭니다. 프랑스 원산 품종을 일본에서 개량한 것입니다. 이곳은 일조량이 높고 토양이 좋아 국내 최고의 양조용 포도 생산지로 꼽힙니다. 적포도주는 경북 영천 지역에서 생산되는 MBA(Muscat Bailey A)품종을 씁니다
제조 공정 중에 포도주를 담기 전에 병을 세척하고 소독하는 공간이 있는데, 일반적인 주류는 재활용병을 세척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미사주만은 모두 새로 만든 병에 담습니다. 주입실에서 나오는 병에는 마개가 씌워진 뒤 ‘마주앙 미사주’라는 주교회의 인증라벨이 붙어 포장대로 이동됩니다.
미사주의 도수는 12도 입니다. 일반적인 포도주와 비슷합니다. 옛날에는 보통 알콜 도수 7도의 포도주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쉽게 쉬어버려 도수를 12도까지 높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사용하는 미사주는 질감이 끈적하고 도수가 높습니다. 어느 신부님의 설명에 의하면, 고대 근동에서는 포도주를 끓여서 젤리 형태로 만든 뒤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해 미사 때는 희석해서 마시도록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미사용 포도주에는 물을 섞는 것이 관습이 되어 전해 왔고 이는 신성과 인성이 결합됨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미사용 포도주는 ‘비노 상토’(Vino Santo), 즉 ‘거룩한 포도주’로 불리는데 경우에 따라 30도 되는 것도 있어서 ‘비노 상토’는 종종 아주 독한 포도주를 일컫는 말로 와전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사주로 사용하는 포도주 색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보통 적색 포도주를 많이 사용했지만, 16세기 이후 성작수건을 사용하면서 백포도주가 널리 활용됐다고. 합니다. 전례 규정에 색깔이 명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성당에서 신부들이 재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사 집전 시 튀거나 흘리면 수단이나 제대에 얼룩이 지고 관리도 쉽지 않아 백포도주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미사주는 보통 각 교구청을 통해 성당마다 보급되며, 한해 한국 천주교 교회에서 소비하는 양은 20만 병 가량 되는데, 최근에는 적포도주 생산량이 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