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 기도는 묵주기도로 하는 9일 기도가 그 바탕입니다. 묵주기도란 예수님 일생을 묵상하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예수님 잉태의 환희의 신비, 수난과 죽음의 고통의 신비, 부활의 영광의 신비, 그리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 예수님 공생활의 빛의 신비가 추가되었죠. 그러니까 앞의 세가지 신비를 각각 9일
동안 번갈아 가면서 바치는 기도가 54일기도입니다.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를 하루에 번갈아 가면서
아홉 번씩 바치는 것이므로 27일이 한 주기가 됩니다. 이 한 주기는 청원을 담아 드리고, 이어서 같은
방식으로 27일을 더 바치는 데, 이때가 감사기도 기간입니다. 바라던 기도가 이루어졌든 아니든 상관
없이 감사기도는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 향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래서 54일 기도가 완성됩니다.
그러니까 중간에 하루가 빠지게 되었다면 다시 하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장거리 달리기식의 기도는 마치 54개의 구슬을 실에 꿰어 팔찌를 만드는 작업과 같습니다. 구슬을
날마다 하나하나 정성껏 꿰다가 하나가 빠졌다고 팔찌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런데 어떤
교우는 하루를 빼먹으면 54개의 고리가 다 끊어져 허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자비하신 사랑의 하느님이 우리의 작은 잘못을 일일이 탓하시는 분일 리가 없어요. 그분의 자비에 기대지
않는다면 애초에 우리의 청원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러므로 우리의 기도에 귀를 기울여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행복한 기도생활이 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