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에서 사용된 빵은 그 시대 누구나 먹었던 가장 흔한 음식이었고 포도주는 가난한 집에서도 마시던 보통 음료수였습니다. 이후로도 계속 미사에서 사용되던 빵은 최후의 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음식으로 먹는 보통의 빵과 형태가 같았습니다. 초기에는 신자들이 각 가정에서 빵을 가져와 미사예물로 바쳤고 이를 성찬예식에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제병은 8, 9세기경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사예물이 빵 이외의 것으로 바뀌자 가정용 일반 식용 빵은 없어지고 그 대신 동전크기의 작은 성찬용 빵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는 또 미사에 참례해 성체를 영하는 신자들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편의상 이미 나누어진 작은 빵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에도 기인합니다. 또 이 제병은 현재, 대제병과 소제병으로 구분되며, 대제병은 주례 사제용이고, 소제병은 신자용입니다. 대제병은 성반 위에, 소제병은 성합 안에 넣어집니다
교회법(제924조 2항)에 제병으로 사용하는 빵은 "순수한 밀가루로 빚고 새로 구워 부패의 위험이 전혀 없어야 한다" 고 명시돼 있는 것처럼 제병은 누룩이나 다른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밀로 만드는 것이 교회의 오랜 전통입니다.
동방교회는 대개 발효시킨 빵을 사용하고 서방교회는 11세기 이래 발효시키지 않은 빵을 사용해왔습니다. 서방교회가 누룩 섞이지 않은 빵을 사용하는 이유는 최후의 만찬에서 누룩 없는 빵이 쓰였던 전통에 따른 것이며 이는 교회법 (제926조)에도 "사제는 성찬 거행 때에 어디서 봉헌하든지 라틴 교회의 옛 전통에 따라 누룩 없는 빵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사용하는 제병은 대부분 관상수도회인 갈멜수녀회에서 구워 공급합니다. 전국 각 본당들은 인근 수녀원을 연결해 주문해 씁니다. 일체의 방부제와 불순물을 사용하지 못해 유통기간이 최대 한달 정도임에 따라 각 교구 단위로 공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무런 첨가제가 들어있지 않아 한 달 혹은 두 달 주기로 쓸 만큼의 양을 조절해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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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병은 성체를 이루는 두 가지 재료 중의 하나로서, 성사적인 축성의 말씀에 의해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됩니다. 제병의 원료는 밀가루인데, 이 재료를 선택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비유해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하셨습니다(요한 12,24).
제병은 성체성사의 효과를 표현하기에 적합합니다. 피렌체 공의회(1438-1445)는 "물질적인 음식과 음료가 육신을 지탱하고, 활력을 주고, 건강을 회복시키며, 즐거움을 주듯이, 성체는 영혼에게 똑같은 효과를 준다"고 하였습니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수도회 수녀님께서 제병을 만들고 남은 구멍이 숭숭 뚫린 자투리를 한 보따리 주셔서 온 가족이 그것으로 수제비를 만들어 경건하게(?) 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어느 교우가 빵과 포도주 대신에 떡과 막걸리로 대체할 수 없느냐고 본당 신부님께 물었다고 합니다. 작년 네덜란드에서 일부 사제가 포도주 대신 맥주로 성찬례를 거행하고, 또 어떤 지역 교회는 제병에 맛을 내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꿀이나 설탕을 약간 첨가했으며, 포도 원재료 상태와 제조 공정을 알 수 없는 포도주를 일반 매장이나 인터넷 주문으로 구매해 사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기사가 났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정해주신 신법을 어기는 것으로 삼가야 합니다. 다행이 우리나라에서는 규정에 맞지 않는 제병과 포도주를 사용해 문제가 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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