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께서 우리나라 방문길에 오르셔서 기내에서 일행들과 함께 성무일도(聖務日禱)를 바치시는 모습을 외신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성무일도는 거룩한 직무로서 일상에서 바치는 기도입니다. 이 기도가 ‘거룩한’ 직무 또는 의무가 되는 것은 그것이 하느님께 드리는 전례이기 때문입니다.
사제, 부제, 수도자는 이 기도를 날마다 바칠 의무가 있습니다. 교회는 꼭 그들만이 아니라 신자들도 이 기도를 하도록 적극 권장합니다.
성무일도의 다른 이름은 ‘시간경’입니다. 새벽부터 하루 동안 특정한 시간에 맞춰 하느님께 찬미 드리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따라 약간씩 형식이 다릅니다. 시간에 따라 시편을 노래하고, 성경과 교부, 성인들의 말씀을 묵상합니다. 청원 기도로 우리의 바람을 하느님께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성무일도의 기원은 유다인들의 기도 전통에까지 거슬러 올라 갑니다. 유다인들은 하루에 여러 번 하느님께 찬양을 올렸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일곱 번 당신을 찬양하니….”(시편 119,164) 사도들도 이 전통을 유지했습니다. 동트는 시각을 아침 여섯 시로 하고, 이때부터 세 시간 간격으로 시간을 정해 기도했습니다. 삼시경(사도2,15), 육시경(사도 10,9), 구시경(사도 3,1), 밤기도(사도 16,25) 등. 여기에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새벽기도 등이 들어갑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간략하게 되어 아침, 점심, 저녁, 밤기도만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봉쇄수도원에서 여전히 삼시경(아침 9시), 육시경(정오), 구시경(오후 3시)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필자가 수도원 재속 회원으로 있을 때 성무일도를 열심히 바친 적이 있습니다.일반적으로 신자들이 성무일도를 꼬박꼬박 바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하루를 시작하고 마칠 때 하느님을 찬미하며 시작하고 감사하며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우리 삶 전체가 아름다운 기도가 될 것입니다.
매일 두꺼운 기도서를 들고 어렵게 페이지를 찾아가며 기도 바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요즈음은 스마트폰 앱 ‘가톨릭’으로 아주 쉽게 매일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참으로 편하고 감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