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의 정신

 

Antonio Spadaro S.I.

La Civiltà Cattolica 2021 IV 258-260 | 4113 (6/20 novembre 2021)

노 우 재 신부 역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시노드가 지난 109일 시작되었다. 오늘날 교회는 어떤 의미가 있고, 그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지 물음을 던지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이런 물음은 지금 이탈리아 교회가 진행 중인 시노드 여정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아일랜드도 이런 물음을 던지며 시노드의 여정을 진행 중이거나 막 시작했다.

최근의 주교시노드 총회를 유심히 살펴본 이는 가톨릭교회의 다양성이 얼마나 강조되고 있는지 알 것이다. 한때 라틴 문화, 로마 문화가 주교 양성의 필수적 모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한 예로, 주교가 되려면 이탈리아어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고방식, 언어, 문제 접근 방식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이 부각된다. 다양성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 자산이다. 교회의 친교는 백성들의 실생활과 문화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파편화된 세상에서 이는 예언적 기능을 발휘한다.

교회가 마치 레고처럼 세워지는 것인 양 생각해서는 안 된다. 레고는 여러 많은 블록들이 전부 제 자리에 맞추어져야 완성된다. 교회를 그렇게 생각하면 기계적인 친교 관념에 갇혀 있는 것이다. 다양한 여러 음정을 통해 곡에 생명을 불어넣는 교향악처럼 교회를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낫다. 이런 표상을 계속 사용해도 좋다면, 각 파트가 이미 지정되고 규정된 교향곡보다는, 매순간 영감을 주고받으며 연주하는 재즈 콘서트가 교회의 표상에 더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의 주교시노드를 관심 있게 지켜본 이는 회의 중에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겠지만, 회의의 영적 분위기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교황께서는 시노드가 논쟁을 벌이거나 다수결로 결정을 내리는 의회가 아니라고 늘 강조하신다. 시노드의 주인은 성 이냐시오가 영신수련에서 강조한 그대로 움직이며 끌어당기시는성령이시다. 시노드는 하느님께서 교회에 무엇을 원하시는지 찾아가는 영적 식별을 위한 자리이다.

이런 관점으로 시노드를 바라본다면, 이론의 여지없이, 교회에 대해서도 같은 전망을 가질 수 있다. 2차 바티칸공의회로 말미암아 발전한 교회론이 지금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참으로 경청해야 한다. 기도와 전례와 영신수련 중에 하느님을 경청해야 한다. 또한, 지난 일을 기억하고 대화하며 교회 공동체를 경청해야 한다. 생각이 아니라 겪은 일에 대해서 식별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경청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안에 함께 계시며 세상을 이끄시고 움직이시고 뒤흔드시는 분이다. 우리는 삶에서 분리되지 않는 교회로 성장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9일 시노드의 여정을 시작하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바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다양한 길을 통해, 또 여러 많은 교회에서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각자 마음속에 의문과 희망을 지니고 오셨을 겁니다. 저는 영께서 우리를 인도하시어, 우리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서로 경청하여, 현시대를 식별하고 인류의 고난과 염원에 일치하도록 은총을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교회가 시노드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안주하지 않고 깨어있으면서 하느님의 숨결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영은 안전지대, 보호 구역을 찾지 않는다. 다만 원하시는 대로 움직이실 뿐이다.

시노드를 회의나 학회, 성찰 주간을 모델로 삼아 진행하려 들면,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모든 게 순조롭게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계획대로 모든 것을 운영하려는 것은 유혹이다. “시노드기계가 아니다.

시노드는, 현기증 없이, 땅을 뒤흔드는 지진 없이, (비관적이지 않은) 방법론적 회의 없이, 불편함과 놀라움 없이, 있을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언젠가 말씀하신대로, 성령께서 움직이신다면, “책상을 발로 차버리실 것이다.” 적절한 표상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께서 성전 상인들의 탁자를 둘러 엎으셨다.”는 마태 21,12의 증언이 생각난다.

시노드를 거행하기 위해서는 장사꾼들을 내쫓고 그들의 탁자를 엎어버려야 한다. 태만에서 깨어나기 위해 오늘날 우리는 성령의 발길이 참으로 필요하다고 의식하지 않는가? 그런데, 과연 오늘날 성전 상인은 누구인가? 기도하면서 주의 깊게 성찰해야 식별할 수 있다. 죄인들이거나, “냉담자이거나, 비신자이거나, -성직주의자는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의 깨지기 쉬운 옹기그릇 안에 소중한 보화가 담겨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성전 상인은 성전 가까이에서 장사하고 물건을 파는 사람이다. 어떤 물건을 팔고 있는가? 바로, 교육, 조직, 구조, 사목적 확신의 물건이다. 장사꾼은 새로운 문제가 생겼는데도 낡은 해결 방법만 제시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떠벌인다. 교황께서 말씀하셨듯, 낡은 헌 옷” (마태 9,16)을 팔면서 성전에 봉사한다고 스스로 내세운다. 신앙 학교를 개최하고 지침을 발표하지만, 하느님의 현존을 저기가 아니라 여기라고 특정 장소에 가둘 때가 허다하다.

시노드를 거행한다는 것은 겸손해지고, 차분히 생각하고, “에게서 우리로 넘어가고, 자신을 개방하는 것을 말한다. 시노드 책임 보고관 장 클로드 홀러리치 (Jean-Claude Hollerich) 추기경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그는 109일 개막식에서 이렇게 인사했다. “고백하건데, 저는 아직 무엇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 모릅니다. 빈 종이만 있습니다. 여러분이 채워주십시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인내하고 기다리며 시노드의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에파타!, 열려라!” (마르 7,34)가 시노드의 키워드인 셈이다.

하느님은 말씀이 되신 동시에 경청이 되신 분이시다. 탁월한 언어학자요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는 로욜라의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이 하느님과 언어로 대화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시노드는 이러한 언어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시노드는 언어를 창조한다. 그래서, 방법이 중요하다. 마음껏 참여하도록 여정을 인도하는 방식과 규칙이 중요하다.

결국, 시노드의 역동성은 놀이하기”, “놀이 참여에서 볼 수 있는 역동성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공만 찬다고 축구를 하는 게 아니다. 공을 몰고 가고 경기 상황에 따라 움직여야축구를 하는 것이다. “놀이하는 이가 놀이에 푹 빠져들 때, 놀이가 그 목적에 도달한다.” 가다머의 유명한 역작 진리와 방법이 말하는 그대로이다. 놀이의 주체는 놀이하는 사람이 아니라 놀이 자체이고, 놀이는 놀이하는 사람을 통해 생명을 얻는다. 시노드의 정신은 이렇다. 영에 의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놀이에 끝까지 신실하게 참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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