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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순교자 성월 추천 영화에 대한  감상문 2호 입니다.

영화 사일런스
(침묵)을 보고

몇 년 전 먹먹한 마음으로 보았던 이 영화를 9월 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다시금 보았다.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이해할 수 있을까?

다시 들여다본 이 영화는

더 벌겋게...벌겋게... 벌거숭이 내 모습을 비추어 준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배신하고 또 배신하는 내 모습...

그리고 또한 지금, 2020년 죽음의 냄새가 전 세계로 퍼져 있는 이 시기와 맞물린다.

 1633년 나가사키는 펄펄 끓는 유황 냄새, 죽음의 냄새가 가득한 그곳은 현세의 지옥이었다. 신자들의 통곡 소리와 신부들의 피가 강처럼 흐르는 곳.

목숨을 걸고 선교를 간 페레이라 신부의 배교 소식을 듣고 16405월 두 명 열정에 넘치는 젊은 예수회 신부 로드리게스와 가루페는 안내자 기치지로와 함께 일본 밀입국을 하고 숨어서 신앙을 지키고 있는 교우들을 만난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낮에는 움막에 숨어 죽은 듯이 지내고 밤에만 몰래 성사와 미사를 드린다. 하나 하나 너무나 소중하고 간절해하는 그들을 보며 눈물이 난다.

너무도 간절하나 마음껏 미사 드릴 수 없는 슬픔도 함께 공존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전염병으로부터, 그 두려움으로부터, 또한 간절하지 않음, 가슴 뜨겁지 않음으로부터 미사의 은혜를 놓아버리는 지금의 우리들을 본다.

주님을 향한 내 영혼의 갈망이 식은 것은 아닌지, 반복되는 크고 작은 배신으로 가슴은 무디어져 가고 있는 것도 같다.

나의 배신은 불성실함이다. 식어가는 가슴이다. 주님을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어내고 있는 나다.

   

영화 속에서 배교는 계속해서 “very simple!” “ very easy!” 아주 간단하고, 아주 쉽다고 이야기한다.

하느님을 배신하는 것, 그분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쉬운 것인지 그들은 끊임없이 반복하고 더 거세게 더 달콤하게 유혹한다. 아주 형식적인 것이라며...

그렇다. 우리는 삶 속에서 얼마나 쉽게 그분을 버리는가...

또 얼마나 쉽게 필요해지면 그분을 찾는가...

어서 하거라. 괜찮다.” 날 밟아라. 네 고통을 아노라. 인간의 고통을 나누고자 이 땅에 태어났다 너의 고통을 위해 이 십자가를 지었다. 이제 네 생명은 나와 함께 있다. 밟아라.“

그런 이기적인 우리에게 주님은 피 흘리며 찢긴 가슴을 다시 펼치신다. 또 다시 배신하고 못박을 우리임을 아시면서도, 다시 또 다시 끊임없이 피 흘리는 손을 내미신다...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맞으며 더욱 치밀해진 분열과 비난, 사랑 없음, 두려움과 다양한 고통, 영혼의 황폐에 괴로워한다.

계속 나쁜 놈들이 이기는 것만 같고, 불쌍한 이들은 끝까지 비참하고, 고통 속에 죽어간 많은 이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염병과의 사투에

380여년 전 나가사키에서처럼, 주님이 침묵하고 계신다고 느끼는 우리에게 주님은 말씀하신다.

나도 네 곁에서 괴로워하며 함께하였고 침묵한 적이 없노라.”

이 시대의 배교는 칼도, 피도 아닌 달콤함과 안락함이다.

전염병이 핑계가 되어 자연스럽게 성당으로부터 몸도 마음도 간단히” “쉽게멀어지기 시작하며 편암함과 여유로움과 많은 흥밋거리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가끔 식사 때나, 급히 필요를 느낄 때만 주님을 찾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조금씩 서서히 너무도 자연스럽게 또 편안하게 한 걸음씩 주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요즘 사탄들의 방법이다.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상처받으심에도 우리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으시는 그분을 우리도 결코 놓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주님, 오늘도 여전히 주님 앞에 부족함 가득한 모습으로 있는 저를 보소서. 당신에 대한 갈망을 다시금 일으키고 당신께 귀 기울여 침묵 너머의 음성을 듣고 따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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