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훈화
그리스도왕 대축일-대림 제3주간

박상운 토마스 신부

박상운 토마스 신부는 전주교구 소속으로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했고, 전주교구 효자4동 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며, 첫 순교자 기념 성당을 짓고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에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연재하였으며, 평화방송에서 ‘묵주기도 학교’를 강연하였다. 저서로는 ‘십자가의 길’과 ‘묵주기도 학교’가 있다.


온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11월 20-26일)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군사들은 말합니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루카 22,36)
교회는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보냅니다.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이심을 기리는 날입니다.
어느 자매님의 장례미사에 참석하였습니다. 미사 중에 가톨릭 성가 492장이 화답송으로 불렸습니다. “이날이 주께서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시편 118편이 성가대의 노래로 울리니 참석한 신자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이 노래는 잔칫날의 노래와도 같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을 표현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합니다. 장례 사 중에 이 성가가 불리니 당황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인이 되신 자매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가족들에게 이 성가를 불러주기를 부탁하였다고 신부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는 예수님을 모독하지만, 다른 죄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41)
임금이신 예수님께서는 회개한 죄수를 마지막 순간 구원으로 이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목숨까지도 내어놓으시며 백성을 구원하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십니다. 자매님의 마지막 부탁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었기에, 장례미사에 기쁨의 노래로 화답한 것입니다. 전례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 복음의 유일한 예수님의 말씀은 이렇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그보다 더한 복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림 제1주간(11월 27일-12월 3일)
사랑으로

“지치지 말고 항구히 사랑해라.
너는 무슨 일이든지 다만 사랑으로 해야 한다.
사랑으로, 나를 위해 순례를 할 것.
사랑으로, 네 십자가를 질 것.
사랑으로, 네 몫의 중대한 임무를 수행할 것.
사랑으로, 내가 요구하는 기도를 열렬히 바칠 것.
사랑으로, 내가 날마다 요구하는 고통을 감수할 것.
사랑으로, 엄습하는 피로를 참아 받을 것.
사랑으로, 극도의 피로도 참아 받을 것.
사랑으로, 너를 괴롭히는 네 한계점들을 견딜 것.
사랑으로, 네 삶 전체를 내게 바칠 것.
그렇게 할 때만, 이 현세에서도 네가 마리아의 영광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할 때만, 내가 너에게 맡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네 인격과 네 삶과 네가 하는 일 안에 나의 가장 위대하고 특별한 기적의 정원이 꽃피게 할 수 있다.”
10년 전 성모님 발현 순례지를 떠나는 순례를 시작하며, ‘성모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들에게’라는 책을 순서 없이 폈을 때, 읽었던 말씀입니다. 우리를 사랑과 기쁨으로 늘 축복해 주시는 성모님께서는 대림시기를 보내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니다. 사랑으로, 사랑으로, 사랑으로. 지치지 않고 우리를 끝까지 사랑해 주시는 성모님처럼,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제1주일에 그러한 사랑으로 살도록 다짐해 봅니다. 예수님께로 가는 영적 순례의 여정을 성모님과 함께 사랑으로 나아갑시다.


대림 제2주간(12월 4-10일)
회개하여라

대림시기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림의 첫 의미는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은 바로 종말의 때입니다. 대림의 두 번째 의미는 이미 오신 주님의 탄생에 찬양과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대림 첫 주일부터 12월16일까지 주님의 다시 오심을 묵상하게 되며, 12월17일부터 24일까지 주님의 탄생을 준비하며 묵상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께서 비천한 인간으로 처음 오실 때에는 구약에 마련된 임무를 완수하시고 저희에게 영원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나이다.(성탄) 그리고 빛나는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에는 저희에게 반드시 상급을 주실 것이니 저희는 지금 깨어 그 약속을 기다리고 있나이다.(재림)”(대림 감사송1) 첫 번째 대림의 의미와 두 번째 대림의 의미, 모두 주님을 기다린다는 데에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실 분이라는 것과 오신 분이라는 데에 차이가 있습니다. 시간의 역사가 거꾸로 흐르고 있습니다. 미래로부터 과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11,9) 하였고,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이렇게 선포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3)
회개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이 다시금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입니다. 과거에 죄지은 우리가, 미래에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오늘 깨어 기도하며 준비하는 것입니다. 심판자께서 문 앞에 서 계십니다.(야고 5,9)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며 주님의 오심을 항구한 마음으로 기다리시던 성모님처럼 문을 두드리며 구원하러 오시는 주님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림 제3주간(12월 11-17일)
기다려야 합니까?

제가 사목하는 전주교구 효자4동성당은 조립식 임시 건물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의 뜻을 모아 성전 건립을 추진하였지만, 코로나19로 많은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 교회 첫 순교자 순교(1791년 12월8일) 230년의 해인 2021년 3월11일, 첫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가 발견되고, 9월1일 유해 진정성에 대한 교회의 공식 선언이 있었으며, 12월20일 전주교구는 230년 만에 첫 순교 복자들의 유해 발견을 기념하고, 순교자들을 현양할 수 있는 기념 성당으로 저희 효자4동성당을 지정하였습니다. 이 와중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동체는 성전 건립에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2월8일은 한국의 주보인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면서 한국의 첫 순교자들이 순교하신 날이기도 합니다. 성모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날, 첫 순교자들의 순교로 이 땅에 하늘의 문을 연 날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이 시국에 성당을 짓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 어려움 때문에 더욱 하느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며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첫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구베아 주교님의 시복 자료집에는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첫 순교자) 참수 9일 후에 사람들이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둘 때 ‘그 시신이 조금도 썩은 흔적이 없고, 형구에 묻은 피가 방금 전에 흘린 것처럼 선명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이후 교우들은 여러 장의 손수건을 순교자들의 피에 적셨으며, 당시 병으로 죽어 가던 사람들이 이 손수건을 만지고 나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예수님의 말씀이 간절히 들립니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듣는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보고, 제대로 걸으며, 깨끗해지고, 듣고, 되살아나고, 복음을 듣는 곳.’ 성전을 짓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기다림의 끝은 언젠가 옵니다. 그래서 믿음의 자리가 더욱 필요합니다. 기다림을 증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 내비게이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2 제 265차 꼬미씨움 훈화자료 -강헌철 펠릭스 지도신부님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2.10 38
201 2022년 우리의다짐 활동보고용 유인물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2.11.07 38
200 제 253차 꼬미씨움평의회자료(2022-2)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2.02.12 38
199 제 247차 꼬미씨움 평의회 자료(2021-8)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1.08.06 38
198 제242차 꼬미씨움평의회자료(2021-3)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1.03.13 38
197 제 225차 평의회 자료 file daekkiri 2019.10.11 38
» 이달의 훈화 ( 11월 27일~12월 3일) 레지오마리애지 2022-11월호 이재웅안토니오 2022.11.07 37
195 제 260차 꼬미씨움 평의회자료(2022-9)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2.09.10 37
194 이달의 훈화 (레지오마리애지 7월호) 이재웅안토니오 2022.07.08 37
193 제 257차 꼬미씨움 훈화자료(강헌철 펠릭스 지도신부님)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2.06.11 37
192 제 251차 꼬미씨움 평의회 자료(2021-12)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1.12.10 37
191 연중 제19주간(8월8일-14일)훈화 (레지오마리애지2021-7월호) 이재웅안토니오 2021.07.05 37
190 월간 레지오마리애 새교본읽기(2021-3)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1.03.13 37
189 7월 꼬미씨움 훈화 file daekkiri 2017.07.08 37
188 평의회간부 승인 신청서 양식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4.02.25 36
187 레지오마리애학교 수강신청서(2024년)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4.01.25 36
186 이달의 훈화 (연중 제15주간-성모승천대축일) 레지오 마리애지 2023-7월호 이재웅안토니오 2023.07.07 36
185 제 269차 꼬미씨움 훈화자료 (2023-6)강헌철 펠릭스 지도신부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3.06.09 36
184 레지아 훈화 -2023-3월 - 최재현 베드로 레지아 지도신부 이재웅안토니오 2023.03.06 36
183 2022년 구역연계 냉담교우초대하기운동 활동메뉴얼 file 이재웅안토니오 2022.05.06 36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8 Nex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