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레지아 훈화)
# 하느님의 손길
이탈리아의 유명한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가 길을 가는데,
큰 대리석 하나가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여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본 미켈란젤로는 “이것이 쓸모가 없다니. 저것을 내 조각실에 가져다놓아라.
그 속에 천사가 하나 갇혀 있는 것을 내가 풀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또 한 번은 선배인 도나텔로가 버린 대리석 한 덩이를 가지고 조각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불세출의 명작 다비드 상이었습니다.
조각의 대가에게는 쓸모없는 것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대가의 손을 거치니 무의미했던 것이 의미를 찾고,
버림받았던 것이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합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습니다. 실력이 어중간하면 붓을 탓하겠지만,
실력이 뛰어나면 좋지 않은 붓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재료의 좋고 나쁨보다 대가를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집니다.
하느님은 예술가 중에 예술가이시고, 대가 중에 대가이십니다.
우리 사람의 운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가이신 하느님을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에 따라
좋은 작품이 되느냐 아니냐가 결정됩니다.
‘나’라고 하는 재료는 좀 부족하다 해도
주님의 손길이 닿으면 뛰어난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 귀한 작품과 도구가 되었습니까? 그러면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이 아직 눈에 보이십니까?
그러면 주님께서 나를 만져주시기를 청합시다.
의기소침하지 말고 울퉁불퉁한 나를 만지시어 내 안에서 천사를 조각해주시기를
기도합시다. 주님의 손길이 닿으면 아름다운 작품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의지하고,
주님의 은총이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귀한 손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