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레지아 훈화)
# 시간
그리스 말로 시간을 뜻하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입니다.
‘크로노스’는 수평적이고 직선적인 개념으로,
하루 혹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의 일상적이며 물리적인 시간을 의미합니다.
반면 ‘카이로스’는 초월적이거나 은혜로운 의미의 시간을 뜻하고,
믿음이나 응답 등 하느님과 관련된 사건과 기회를 가리킵니다.
두 가지 시간 중에 하느님과 관계된 ‘카이로스’가 더 중요합니다.
예수님이 재림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노아의 홍수 때 멸망한 사람들은 일상적인 시간인 ‘크로노스’의 삶만을 살았다고 하십니다.
(마태 24,38-39)
홍수 이전 시대에 사람들은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면서, 홍수가 닥쳐 모두 휩쓸어 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사람의 아들의 재림도 그러할 것이다.
노아의 홍수 사건 때 살았던 사람들은 ‘일상적인 시간’만을 살았습니다.
먹고 자고 놀고 결혼하는 삶이 전부였습니다.
하느님과 관련된 ‘카이로스’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주님 말씀을 중심으로 살았던 노아는 죽음에서 구해지고,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은 모두 죽고 맙니다.
‘지상에서 오래 살고 이 땅에서 성공한 것이 많아도
카이로스의 저울에 올렸을 때 무게가 없으면 그것은 버려진다.’는 말이 있는데,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가 기도하고 하느님과 함께 한 시간은 모두 기록되고,
내가 누구였는지는 이 시간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일상적인 시간을 하느님과 관련된 시간으로 더욱 의미 있게 만들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