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4월호
이달의 훈화
주님부활대축일-부활 제5주간

박철수 가브리엘 신부

박철수 가브리엘 신부는 1987년 1월22일 사제서품을 받고 2012년 8월29일부터 2015년 9월까지 목포 산정동성당 주임으로 목포 산정동 성지 조성을 위한 토대를 닦았으며, 현재 광주대교구 신기동성당 주임으로 재임 중이다.


주님 부활 대축일(4월 17-23일)
예수님 부활이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길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 부활을 준비하시느라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저는 언젠가 우리 주님 부활 축일을 지내면서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제자들에게는 나중에 가시고 먼저 빌라도와 대사제 등 예수님의 죽음을 선동하고 선고했던 사람들에게 가셔서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났다”라고 혼을 좀 내주셨으면 얼마나 통쾌할까’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에게는 얼씬도 하지 않으시고 제자들에게만 나타나셨을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2천 년 전의 예수님의 탄생과 삶과 죽음과 부활이 지금 나의 삶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그 모든 것은 2천 년 전에 일어난 한 사건 외에 어떤 의미도 없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빌라도와 대사제 등에게 나타나셨다면 2천 년 전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큰 사건 하나가 일어났던 것이지요. 그 큰일이 지금까지 그냥 놀랄만한 사건으로 전해져 내려오든지 끊기든지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신앙과는 아무 상관없는 역사적인 한 사건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인 사건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신앙으로 고백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신앙으로 고백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의 삶 안으로 깊숙이 스며든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죽음의 어둠에 갇히신 분께서 빛으로 부활하심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 또한 칠흑의 어둠에서 빛에로의 탈출을 재촉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바로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길 기도합니다.


부활 제2주간(4월 24-30일)
너무 무서워서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너무 무서워서 모두 문을 닫아걸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이 성경 구절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제가 체험한 한국 현대사의 처참한 비극의 한순간이 바로 광주 학살이었습니다. 저는 신학대학 4학년이었고 광주의 처절하고 처참한 현장을 모두 똑똑히 보았습니다.
쫓고 쫓기는 순간 이제 나도 먼저 도륙당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찢기겠구나 하는 두려움으로 숨죽이며 숨어있는데 정말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 두려움과 공포를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무서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의 상황이 천 번 만 번 이해가 됩니다.
예수님을 처형한 대사제들은 정말 기고만장한 상태일 것입니다. 소위 말해 예수라는 가장 우두머리를 없앴으니 이제 그 몇 안 되는 추종자들을 잡아 죽이면 예수라는 이름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잡아서 없애야 했습니다.
제자들 또한 예수님의 처참한 죽음을 직접 눈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잡히면 바로 스승님의 죽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숨을 쉴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성령”을 주십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경우에는 숨조차도 쉴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세상살이가 너무 두렵고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삶의 도구는 성령이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부활 제3주간(5월 1-7일)
뭣 좀 잡았느냐?

우리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이실까?
초등학교 교리반에서 교리교사가 아이들에게 “예수님은 우리의 아버지와 같은 분이십니다”라고 하자 한 아이가 고개를 마구 흔들면서 울더라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그 아이의 가정은 조금 엉망이었습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와 형들은 가출하고 이 아이도 아버지의 폭력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좋으신 분이다’는 것이 이 아이에게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러면 우리는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지금 교리책에는 예수님을 형, 친구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예전에 우리가 배운 예수님은 심판하시는 분, 나쁜 사람에게 벌주시는 분 등으로 표현되었지요.
그렇게 배우다 보니 우리의 몸과 머릿속에는 예수님은 저 하늘 높이 계신 엄하고 무서운 분이시지요.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다가가시는 예수님은 한없이 정겨운 모습이십니다.
제자들의 불신과 실수와 실패에도 나무라지 않으시고, 격려해주시고, 방법을 알려주시고, 제자들을 위한 식탁 봉사까지 해 주십니다.
즉 제자들의 삶의 성공의 현장이 아니라 실패의 현장에 나타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도 삶의 실수와 실패의 순간 쫄지 맙시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함께 계십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동반자이십니다. 우리의 실패 속에서도.


부활 제4주간(5월 8-14일)
알아듣는다

시골 본당에서 사목할 때 일입니다. 성당 바로 옆집에 벙어리 부부가 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는 아이들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 집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매 아이가 있는데 모두 타지에 계시는 할아버지 댁으로 보냈다는 것입니다. 벙어리 부모에게서 말을 배울 수가 없어서입니다.
말은 흉내를 내면서 배운다지요. 아이가 엄마 아빠를 수만 번도 더 흉내를 내면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말을 들을 수 없어서 자연히 말을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듣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말씀을 단번에 다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수만 번도 더 듣고 또 듣고 해야 겨우 조금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들어야 조금이라도 그 말씀을 내 삶에서 흉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총명이라는 말은 귀가 밝고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명민하기 위해서는 귀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은 귀가 어둡고 막혀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면 우리들의 삶이 생명력 있게 밝아질 것입니다. 우리의 많은 말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총명해 봅시다.
영국 격언에 ‘지혜는 듣는 데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활 제5주간(5월 15-21일)
존재와 행위

‘행위는 존재를 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생긴 대로 행동한다는 것이지요.
어떤 존재냐에 따라서 그 행동을 하게 되고 또 그 행동을 보면 그 존재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존재에 걸맞지 않게 행동을 한다면 그 존재의 값을 못하게 되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불편해하면서 때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지요.
우리는 누구입니까?
각자는 자기 존재에 대해 여러 가지로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공동 존재는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너무나 뻔한 얘기지만 예수님의 제자로서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뻔한 얘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그다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수님을 주님으로 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개신교가 약 960만명이고 천주교가 약 390만명(2015년통계)입니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28%입니다. 대략 3명중의 1명이 예수교 신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신자 수를 스스럼없이 자랑할 수 있습니까? 신자 수는 많은데 세상은 왜 이렇게 갈수록 어두워지고 삭막해지는 것입니까?
오늘 복음은 이런 상황을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의 회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존재는 예수님의 제자이고, 우리의 행위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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