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이달의 훈화
사순 제3주간-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이상구 토마스 모어 신부

이상구 토마스 모어 신부는 2001년 7월에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2015년 9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의정부교구 애덕의 모후 레지아 담당사제를 역임했다. 현재 교구 관리국장으로 재임 중이다.


사순 제3주간(3월 20-26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이신 성모님!

1838년 12월, 제2대 조선 교구장 앵베르 범 주교님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를 조선교구 주보성인으로 선포해 주실 것을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에게 청원하셨습니다. 이에 교황님은 주교님께서 순교하신 이듬해인 1841년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를 북경교구의 주보성인 ‘나자렛 성 요셉’과 함께 조선교회의 공동 주보성인으로 선포하시게 됩니다.
사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한국 천주교 설립 초기부터 성모님을 매우 특별한 마음으로 공경하는 신심을 가졌습니다. 신유박해 때 체포된 교우들의 압수품 중 가장 많은 것이 묵주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앙의 선조들은 엄혹한 박해 속에서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이신 성모님을 향한 가장 훌륭한 신심행위라고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레지오에서 묵주기도에 대한 강조는 교본 제18장 4항 중 “묵주기도는 레지오 단원 생활에 매우 중요한 부분”(165쪽)이라는 언급을 보면 잘 나타납니다. 또한 제33장 13항에는 개인적으로 바치는 기도 중에서 특히 묵주기도가 있음을 강조한 전례헌장 186항을 강조하고도 있습니다(309쪽 참조). 오늘날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현세의 짐은 여전히 우리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지만,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이신 성모님은 분명 우리들의 짐을 가볍게 해주시도록 아드님께 전구해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성모님의 전구를 분명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리라 믿습니다.
지금의 어려운 현실에서 혹독한 박해 시기 동안 묵주기도를 통해 서로 위로하며 하느님께 나아가셨던 신앙 선조들의 모범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이신 성모님의 도우심에 의지하면서, 우리가 서로 위로하며 기도하는 힘은 분명 교회와 세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사순 제4주간(3월 27일-4월 2일)
간절함 담은 기도와 노력은 기적을 만듭니다!

한국 여성으로 최초로 프랑스 유학을 한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 그녀가 유학길에 오를 때 스승의 간절한 부탁을 듣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의궤가 프랑스에게 약탈당했으니 소중한 유산을 되찾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박병선 박사는 학업을 마친 후 프랑스 국립 박물관에 사서로 취직을 하였고, 틈나는 대로 자료를 찾으며 노력한 결과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를 한 결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무려 70년을 앞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한국의 문화유산임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국립 박물관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국립 박물관에 방문객으로 한 결 같이 출퇴근을 하며 모든 도서와 자료를 뒤졌고, 결국 외규장각 의궤 279권을 찾아냅니다. 이로써 프랑스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여 형식으로 이 유산들을 반환하게 되는 기틀을 만들게 됩니다.
스승의 간절한 청을 잊지 않고, 조국의 문화재를 찾아 다시 반환되도록 평생을 노력하신 박병선 박사의 삶은 진정 간절함을 갖고 노력할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줍니다. 교본 제4장 5항은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어떤 활동에 대하여 ‘가망이 없다’는 낙인을 찍게 되면 자동적으로 다른 모든 활동에 임하는 단원들의 태도를 약화시킨다. … 레지오 단원의 봉사는 지속적이어야 하며, 위기를 맞더라도 바위와 같이 튼튼하고 언제나 변함이 없어야 한다”(33-34쪽).
레지오 활동을 하다 보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려는 유혹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와 노력이 결국 하느님의 은총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기적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모님은 우리를 위해 언제나 전구해 주고 계십니다. 그러니 “한평생 사도직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 자체가 영웅적 행위”(교본 32쪽)임을 잊지 않고 실천하도록 합시다!


사순 제5주간(4월 3-9일)
“다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

1847년 초 병오박해 이후, 최양업 신부님은 매스트르 신부님과 함께 중국·인도 해군기지 분함대장인 라피에르 함장이 지휘하는 글로와르호를 타고 왔다가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있는 고군산도 인근에서 좌초함으로써 네 번째로 귀국에 실패하게 됩니다. 라피에르 함장이 귀항을 결정하자 혼자만이라도 남겠다고 간절히 요청했지만, 함장과 장상에 의해 거부되었습니다. 결국 신부님은 귀항하여 상해에 있는 예수회의 서가회 신학원에서 마지막 신학수업을 마친 뒤 1849년 4월15일 강남대목구장 마레스카 주교에 의해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신부님은 사제서품 후 5월12일자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적습니다.
“제가 거룩한 순명을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하였더라면, 저는 벌써 우리 포교지인 조선에 들어가 있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저세상에서 우리 신부님들 곁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과 저의 장상이 명하시는 것만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교본 제29장은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레지오 단원) 충성의 열매는 순명이다. 순명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나 결정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달갑지 않은 것을 선뜻 받아들이고 마음으로부터 순명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때때로 순명은 인간 본성을 뛰어넘는 영웅적 행위를 요구하므로, 일종의 순교와 같다고 할 수 있다”(257쪽). 만일 최양업 신부님이 하느님의 뜻과 장상의 지시에 순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분명한 것은 최양업 신부님을 통해 이루어진 초기 한국 천주교의 위대한 사목활동들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레지오 단원은 자신의 순명이 하느님의 뜻을 교회 공동체와 세상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고, 위대한 신앙의 열매를 맺게 하는 순교적 실천임을 언제나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4월 10-16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1846년 8월 말, 김대건 신부님은 옥중에서 마지막 서한을 쓰십니다. 이 서한의 인사말에서 교우들을 “벗”이라고 칭하십니다. 이 호칭은 계층 간에 차별이 분명했던 당시 유교 전통 안에서 신부님이 교우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였는가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교우들에게 형제애로써 서로 사랑하도록 강조하시어, 그들이 박해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셨습니다.
1857년 9월23일, 신부님이 가경자로 선포된 후 신앙 보호관은 신부님의 순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합니다. “(그는) 조선 전체를 그리스도와 교회에 봉헌하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전심전력으로 준비하였습니다. ··· 그는 원의와 서원으로써 뿐만 아니라 실제와 사실로 순교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참되고 착한 제자로서 하느님과 교회의 왕국을 조선 전체에 확장하기 위하여 날마다 자기의 십자가를 자원해서 기쁜 마음으로 짊어졌습니다.” 신부님이 진심으로 바라셨던 것은 당신의 조국에 하느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신부님은 전심전력을 다 하셨고, 참된 벗인 교우들과 함께 십자가 지는 것을 기쁘게 여기셨습니다.
교본 제40장 1항은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강조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이 말씀은 그리스도교 신자 생활의 기본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제시해 주고 있다”(463쪽).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 모든 레지오 단원은 김대건 신부님의 모범을 따라 순교의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특히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을 벗으로 여기며 형제애의 실천을 하시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가짐과 실천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하느님 나라 확장의 훌륭한 계기로 반드시 역전시킬 것입니다. 마치 허무한 죽음처럼 보였던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이 결국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준 값진 희생으로 역전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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