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43 추천 수 0 댓글 0

사순 제 1 주일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사회공동체의 일상이 모두 무너져 버린 시간입니다.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사회는 서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차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로 인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날들입니다. 신앙인의 기쁨인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감사, 은총의 시간인 미사는 중단되고, 소리모아 기도하는 공동체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에 의존하며 불 꺼진 성당에서 홀로 기도하는 것만이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에게 지금 이 시간은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고통의 시간만이 아니라 하느님이 은총이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부족함과 죄를 용서하고 구원하시고자 십자가의 길을 사랑으로 걸으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회개의 삶을 살아가려 하루하루 노력해야 할 사순시기입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함께 미사를 봉헌하지는 못했지만,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에서는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이 전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숨을 불어넣으심으로써 인간이 생명체가 되었음을 기억하는 말입니다. 우리 인간의 존재가 하느님에 의한 것이기에 우리 삶의 중심, 우리 삶의 방향이 하느님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순시기는 바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사순 제 1 주일, 우리에게 전해진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40일간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신 내용을 전하면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감에 있어 우리들이 감당해야 할 유혹이 있음을 말하면서, 동시에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예수님을 통해 가르쳐 줍니다. 예수님을 향한 악마의 3가지 유혹은 말 그대로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 넘어오도록 꼬드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유혹을 “하느님” 이라는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이겨내십니다.

공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광야의 삶을 통해 당신이 가실 수난과 죽음의 길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당신 삶의 기준이 아버지 하느님의 뜻임을 분명히 하시며 십자가의 길을 준비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광야는 정화와 변화의 장소이자, 동시에 하느님을 알아가고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는 장소입니다.

이스라엘에 있어서도 광야의 의미는 참으로 중요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하여 40년간 광야의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에게 있어 광야는 배고픔과 목마름, 우상의 유혹 등이 있었던 시련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련의 시간에 하느님께서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시고,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이끌어 주셨고, 시나이 산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계약을 맺으시어, 십계명을 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한 광야의 삶이었기에 하느님께 의지할 때만이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은 곳이 광야였습니다.

이처럼 광야는 유혹과 시련의 장소이자, 부족함과 고통이 있는 장소였으나, 반대로 그 모든 시간 안에서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할 때 광야에서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과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무엇을 해 주셨는지, 어떤 은총을 주셨고, 어떻게 이스라엘과 함께 광야의 여정을 걸어오셨는지를 고백합니다.

40일간의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도 이러한 광야의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사순시기는 ‘회개’의 시기입니다. 우리의 죄 때문에 수난받으시고 돌아가신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면서 우리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으로 돌아서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나의 죄와 잘못에 대한 책망과 후회로만 가득차 버린다면, 우리는 이 사순시기가 너무나 어렵고 힘든, 고통이 시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께서 해 주신 일들과 은총에 대해 고백하고, 언제나 함께 해 주신 하느님에 대한 찬미를 드렸듯이 우리들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해 주신 많은 은총과 이끄심을 기억하는 사순시기여야 합니다. 감사하고 은혜로운 하느님, 우리를 위해 많은 것 베푸시는 하느님,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체험과 고백 없이 하느님을 향한 삶의 변화, 회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제 사순 제 1 주일입니다.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길, 그러나 우리를 위한 사랑의 길임을 기억하면서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먼저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십자가를 지고 넘어지시면서도 우리를 위해 다시 일어서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떠올리며, 우리의 잘못, 악습, 부족함이 무엇인지 돌아봅시다.

그리고 나의 잘못과 악습, 고집과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면

용기 내어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꾸어 하느님께로 향하는 회개의 삶을 살아갑시다.

기도하지 않았다면 기도하고, 미워하고 있다면 용서하도록, 절제하지 못하면 절제하도록, 말을 함부로 한다면 말을 아끼도록, 베풀지 못하는 삶이었다면 나눌 수 있도록

남을 쉽게 판단한다면 나의 교만에서 벗어나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그냥 변해야겠다. 회개해야겠다는 생각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나의 부족함을 찾아 실제로 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참다운 회개의 삶입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노력이 있을 때 하느님의 큰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고, 새롭게 변화될 수 있는 참된 은총의 사순시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하느님, 당신의 은총으로 저를 매일 새롭게 하소서” 아멘.

< 함께 기도합시다 >

1. 코로나19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들,

많은 이들의 질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공무원들을 위해서.

2. 서로에 대한 불신과 원망으로 사회공동체가 하나 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내와 믿음으로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건네는 복된 사회공동체가 되기를 청하며.

3.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요청에 응답하며 미사, 예배, 법회 등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어려움과 절망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의탁합니다. 모든 신앙인들이 자신들의 믿음 안에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4. 하단성당 공동체 형제, 자매들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이끄심을 청하도록 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5 연중 제12주일(6.21) file Officer 2020.06.17 78
174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6.14) file Officer 2020.06.10 81
173 삼위 일체 대축일(6.7) file Officer 2020.06.03 77
172 성령 강림 대축일(5.31) file Officer 2020.05.27 92
171 주님 승천 대축일(5.24) file Officer 2020.05.20 89
170 부활 제6주일(5.17) file Officer 2020.05.13 77
169 부활 제5주일(5.10) file Officer 2020.05.06 69
168 부활 제4주일(5.3) file Officer 2020.04.30 68
167 부활 제 3 주일 강론 (강헌철 신부) 행복한왕자 2020.04.26 84
166 부활 제3주일(4.26) file Officer 2020.04.22 70
165 부활 제 2 주일 (하느님 자비주일) 강론 행복한왕자 2020.04.19 48
164 부활 제2주일(4.19) file Officer 2020.04.15 60
163 주님 부활 대축일(4.12) file Officer 2020.04.11 55
162 부활성야 강론 (강헌철 신부) 행복한왕자 2020.04.11 68
161 주님 수난 성지주일 강론 (강헌철 신부) 행복한왕자 2020.04.04 77
160 사순 제 5 주일 강론 (강헌철 신부) 행복한왕자 2020.03.29 86
159 사순 제 4 주일 강론 (강헌철 신부) 행복한왕자 2020.03.21 73
158 사순 제 3 주일 강론 (강헌철 신부) 1 행복한왕자 2020.03.14 104
157 사순 제 2 주일 강론 (강헌철 신부) 행복한왕자 2020.03.07 151
» 사순 제 1 주일 강론 (강헌철 신부) 행복한왕자 2020.02.29 143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