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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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세상 어떤 것에도 앞서 있는 분이시기에 사회에서 하느님과 연관된 것들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것이 사람의 일과 하느님의 일을 구분하는 부분에는 많은 충돌이 있지만 그럼에도 하느님의 것이 앞서야 한다는 것에는 별 반발이 있을 수 없습니다. 종교를 선택과 신념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하느님의 일이 사람의 일과 충돌하는 문제 앞에서 우리는 자주 고민합니다. 옳고 맞는 것을 따르는 것이 과연 정말 하느님의 뜻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아들이 같은 경우 앞에 서야 했던 상황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안식일에 사람들을 쉬게 하신 하느님의 말씀이기도 하십니다. 그런 분이 당신으로인해 생겨난 안식일에 당신 말에 걸려 넘어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배고픈 사람이 밀밭에서 이삭을 뜯어 먹는 것이 잘못이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절도가 아니라 배고픈 이를 위해 세워진 하느님 자비의 법입니다. 그런데 그 날이 안식일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감동적인 율법도 안식일에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불경죄가 되고 마는 경우입니다. 


 

더군다나 예수님의 제자들의 행동이었으니 고스란히 그 책임은 예수님에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분명한 잘못을 지적하는 바리사이들의 질문을 받으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질문에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예수님의 말씀은 그들의 조상 다윗을 예로들고 있지만 좀 더 단순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가난한 사람에게도 그 율법을 들이대는 것이 맞는가?'입니다. 때는 안식일, 혹은 주일입니다. 이 때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를 도와주는 것이 하느님 뜻에 맞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렵지 않지만 생각할 것이 많은 이 일 앞에 이스라엘은 배고픈 예수님의 제자들을 죄인으로 만들었고, 예수님은 그들의 스승이셨습니다. 하느님이 하느님 때문에 죄인이 되는 상황을 만든 이스라엘은 예수님 말씀 앞에 서야 했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모든 것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식의 해석을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 그 세상을 헤아린 사람들이 안식일을 따른 이유는 하느님 창조의 모든 일이 끝나고 모든피조물이 어울린 날. 곧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이 생명의 날이 안식일입니다. 그 날은 살리는 날이고 사랑하는 날입니다. 멈추는 날도 하느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희생이 있어야 하는 날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현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배고픈 이를 계속 굶주리게 하는 일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힘 없고 어려운 사람은 제발 안식일, 곧 주일만 지나가기를 바라는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의 주일은 어떤가요? 주일미사만 하는 신자들에게 신앙의 부족함을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부족한 것은 주일을 주일미사에만 집중하는 일입니다. 주일에 주님을 만났으면 그 나머지 몫은 주님과 하나된 이의 삶이 주님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주일은 주님처럼 배고픈 이를 생각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에 집중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주일만은 누군가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살아있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가 그날 홀로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신 날이어서 그날의 주인이 당신인 이유입니다. 


 

주일을 주일처럼 지냅시다. 성당이 신앙의 증거가 아니라 삶이 신앙의 증거가 될 수 있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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