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부제가 되면서부터 수도 없이 강론을 했습니다. 매일, 그리고 주일이면 같은 복음으로 강론을 수차례 해야 합니다. 말씀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들었고, 말씀을 통해 주님을 만나고 감동을 받았다는 신앙체험담을 들으며 강론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주입식에 가까운 교육을 받았습니다.
모든 성직자들이 오늘도 같은 말씀을 가지고 서로 다른 입으로 내용으로 백성들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강론은 전국의 미사 수만큼 많고 그 내용도 다를겁니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은 사실 오늘 미사와 독서들에 이미 있는 내용들입니다. 사실 성경의 내용 중 들어서 모를 내용이란 별로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새기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교회는 늘 이를 더욱 자세하고 친근하게 설명하여 모든 이가 성체를 모시기 전 하느님께 더욱 경건하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에게서 우리에게 전해진 성경 말씀이기에 강론이든 해설이든 교리든 누가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말씀을 우리 모두가 함께 듣고 우리의 삶에서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의 강론이 제게는 늘 바라는 하나입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언젠가는 이 말씀으로 강론 시간을 끝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만으로 우리 모두가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시간. 그런 확신과 그런 자랑스러운 삶이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이 오신 이스라엘. 그 세상은 죄인이 가득한 세상이었고, 의인이라 불리는 이들조차 위선의 삶을 이어오던 곳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모든 상황이 좋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회개하고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온 상태를 말씀하시는 것 또한 아닙니다.
주님이 계셔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이 가난한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시고, 잡혀간 이들이 해방을, 눈먼 이들이 광명을, 억압 받는 이들이 자유를 누리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바로 이 일을 하시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래서 주님과 주님의 삶을 ‘복음’이라고 부릅니다. 곧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에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강론에는 좌절이 없습니다. 우리가 걷는 길에서 우리도 꼭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말씀이 이루어졌습니다.”라고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