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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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셔서 드러난 하느님의 뜻은 꼭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통해서만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예수님께 다가온 사람들 속에서 이미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복음에서 만나는 어머니가 바로 그러합니다. 예수님의 능력이 아닌 이 어머니의 믿음으로 딸은 마귀에게서 벗어납니다. 또한 종을 구하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간 백인대장의 이야기도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에 도움이 필요한 이는 이 어머니의 딸입니다. 백인대장의 이야기에서도 그 종이 아파 누워있었습니다. 이 두 이야기에서 소녀와 종은 예수님을 한 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만 그 둘은 모두 마귀와 아픔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에서 기적이 일어난 순간은 어머니와 백인대장의 신앙고백이 있었을 때입니다. 


 

백인대장의 신앙이 예수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었다면, 이 어머니는 그런 신앙을 고백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어머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곧 자녀를 위한 어머니의 사랑을 보여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딸을 구하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온 어머니는 자신의 처지가 어느 집 강아지의 비참한 상태로 몰리고 있음에도 전혀 굴하지 않으십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딸에게 먹일 양식을 구하겠다는 그 절실함은 예수님의 거절을 놀라움으로 바꿉니다. 


 

혹시나 우리가 하느님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야무진 꿈을 꾼다면 이 여인에게서 그 답을 찾아야 합니다.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치할 수 없는 사랑이 하느님의 뜻이고 그분의 모든능력을 가져오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실하다'라고 말하고 '순수하다'라고 말하는 그것입니다. 


 

어머니가 어떤 어머니가 될 것인가를 말하는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를 위한 어머니 자체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어머니는 이방인이었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어서 하느님의 구원에 배제되거나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딸이 겪는 고통은 이스라엘 사람이 겪는 고통과 다를리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로서 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이스라엘 사람과 다를 수 없었습니다. 


 

이 어머니가 예수님을 마주할 때 자격이란 없었습니다. 어떤 연결고리로도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처지에서 이 어머니는 예수님의 불쾌한 단어에 자신을 올려 놓습니다. 지금 필요한 부스러기를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은 강아지가 되어도 상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사랑'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어머니'여서 가능한 사랑입니다. 


 

사랑은 강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에게 우리가 받은 타고난 능력입니다. 그 사랑을 보이신 어머니가 결국 스스로 빵 부스러기가 되신 예수님의 마음을 먼저 우리에게 보여준 오늘 복음입니다. 세상에서 우리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랑 속에서 자랐습니다. 세상의 어머니가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찾을 때 하느님은 감동하시고 우리가 있던 그 가정에서 기적은 이루어집니다. 


 

세상의 어머니, 아버지를 축복합니다. 어떤 부모가 아닌 부모라서 시작되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우리의 삶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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