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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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축일입니다. 산 위에서 빛처럼 변하신 주님의 사건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원래 자리와 모습을 보여주신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산 위에서 세상의 것으로 볼 수 없는 모습이 되신 주님은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하십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하느님의 백성이 되게 하고 그들에게 율법을 전해준 사람입니다. 그리고 죽음 없이 하늘로올라간 엘리야는 하느님의 말씀이 영원하심을 자신의 생애를 통해 전해준 예언자입니다. 


 

예수님께서 율법과 예언의 사람들과 함께하신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인 당신이 곧 우리에게 이미 전해졌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분의 모습은 부활한 우리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시는 듯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장면을 이렇게 거룩하고 훌륭한 모습으로 한 장의 사진처럼 기록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분들이 왜 그 산에서 모여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그분들의 존재의 가치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깁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 시대 그 땅에서 '없던 일'과 같았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때까지 사람들은 이 일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곧 이 일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화려한 주님의 사건이 아니었고 오히려 예수님이 왜 이 모습을 숨기려 하셨는지 알아듣는 것이 이 사건을 후대에서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은 어김 없는 진실입니다. 예수님은 산 위에서 빛나게 변하셨고, 그 자리에 모세와 엘리야가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그곳에서 주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그분들이 누군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옷자락의 변화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예수님의 죽음이 모든 이에게 하늘나라의 가르침의 진리를 드러내게 되리라는 것입니다.그 시간은 머무르고 싶을 만큼 좋게 보였으나 그 내용은 주님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자리, 마치 하느님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치실 때 아브라함에게 미리 알려주시는 듯 보이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는 하느님이 고을을 치려 하셨으나 이 때는 주님께서 사람들의 흉폭한 생각을 드러내시기 위해 당신을 무너뜨릴 생각을 밝히신 장면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정 반대의 모습으로 주님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분의 원래 모습을 보며 부활한 영광의 모습을 그리는 우리지만 그 날 그 시간에 주님은 당신의 죽음을 마주하시고 역사를 통해 이 모든 것을 이스라엘에 전하고 남겨진 역사의 증인들에게 이 사실을 분명히 하고 계셨던 셈입니다. 


 

주님의 죽음까지 가려졌던 이 사건을 우리는 주님의 영광의 장면처럼 기억하고 그것도 우리에게 유익한 방법으로 되새기려 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몰랐던 주님의 죽음울 예고하시는 장면이어서 그분의 빛나는 옷자락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마음이 드러난 장면으로 이해되기를 바랍니다. 제자들은 결국 이 산에서의 일을 때가 될 때까지 발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영광스러운 변모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기억과 교훈은 그분의 모습이나 모세와 엘리야가 아닌 셈입니다. 


 

세상을 떠나신 그분을 추억하며 본인이 감추신 그분의 영광을 기리는 것이 그렇게 의미있게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그 산에서 세상에 당신의 뜻을 설명하시고 굳이 그 산을 내려 당신 죽음으로 다가가시는 주님을 기억하는 사랑의 기억이길 바랍니다. 영광보다는 사랑이 그분의 옷자락에서 드러난 빛나는 광채보다 더 길게 우리를 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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