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9922E83B5DEE64061BB4B4


 

어릴 때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우선 믿고 따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한 번 의심이나 궁리 없이 한 마리를 찾아 떠나는 목자의 길이 멋있었고 대단했던 그 때에는 예수님의 말씀과선택이 그저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를 위해 애를 쓰는 것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이 복잡해지고 어떤 일도 그냥 넘어가지지 않을 때 이 목자의 행동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을 떠로렸습니다. 그 한마리 때문이 아니라 나머지 99마리가 무사할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 현명한가 아니면 잃어버린 1마리를 위해 더 큰 위험을 떠안는 것이 합당한가를 두고 나름의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한마리가 대단한 녀석인가에 대한 엉뚱한 생각을 해 봅니다. 그 한마리가 다른 99마리보다 더 소중한 가치라면 당연히 찾으러 가겠지만 함께 100마리를 두고 보았을 때별 차이가 없는 녀석이라면 목자의 선택은 분명 현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당연히 그 한 마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남겨 둔 채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느냐?"


 

우리가 생각하는 단 한사람의 가치는 모두가 소중하다는 인권적인 개념일 수도 있지만 다수의 의견이나 이익을 위해서는 희생할 수 있는 필요한 '소외'의 대상일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존재입니다. 중요해도 버려져야 하고 잊혀져야 하는 그 가치가 지켜져 100을 이룰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 하나의 어리석은 잘못으로 다른 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를 '없는 존재'로 여기거나 '없어야 하는 존재'로 만들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야기의 시작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개운치 않게 계속 머리 속을 맴도는 것입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목을 한다는 말로 많은 일들에 선택을 해야 하고, 그 끝에 걸린 사람들을 봅니다. 그래서 가끔 99:1의 상황 앞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 중 1이 나머지 99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마치소명의식을 지닌 이처럼 예수님의 이야기는 자랑스레 입을 타고 교우들을 설득 내지는 지시의 언어가 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님의 이 이야기 속의 양은 나머지 99보다 더 나을 것이 없는 평범하기만 한 양입니다. 그래서 이 양은 잊혀지거나 버려져도 큰 의미가 없는 '어쩔 수 없는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양을 위해 길을 떠난다는 것. 그리고 산 속에 나머지 99을 둔다는 것. 나이가 든 지금에, 또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이 시간에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선택이 하나를 위해 결정을 하는 일은 있지만 실제 그 선택은 나에게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것이지 그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 집중하고 고민하며 투신하는 모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100이 있을 때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하느님의 사랑의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이 필요한 골치아픈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따라야 하는 제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길을 떠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는 데 이 한마리를 구하러 가야 하는 이유는 단지 그 양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납득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1 2019년 12월 11일 대림 제2주간 수요일 별지기 2019.12.11 5
» 2019년 12월 10일 대림 제2주간 화요일 별지기 2019.12.10 2
189 2019년 12월 9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별지기 2019.12.08 3
188 2019년 12월 8일 대림 제2주일 별지기 2019.12.08 1
187 2019년 12월 7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별지기 2019.12.06 5
186 2019년 12월 6일 대림 제1주간 금요일 별지기 2019.12.05 8
185 2019년 12월 5일 대림 제1주간 목요일 별지기 2019.12.04 12
184 2019년 12월 4일 대림 제1주간 수요일 별지기 2019.12.03 13
183 2019년 12월 3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별지기 2019.12.03 14
182 2019년 12월 2일 대림 제1주간 월요일 별지기 2019.12.01 18
181 2019년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별지기 2019.12.01 28
180 2019년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별지기 2019.11.30 9
179 2019년 11월 29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별지기 2019.11.30 0
178 2019년 11월 28일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별지기 2019.11.30 2
177 2019년 11월 27일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별지기 2019.11.30 8
176 2019년 11월 26일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별지기 2019.11.30 8
175 2019년 11월 25일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별지기 2019.11.24 7
174 20191124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별지기 2019.11.24 11
173 2019년 11월 23일 연중 제33주간 토요일 별지기 2019.11.22 10
172 2019년 11월 22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별지기 2019.11.22 4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