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이 말이 오늘날까지도 유다인들 사이에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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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두 갈래로 나뉘어 집니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도 둘로 갈라집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부활하시어 어떻게 하셨는가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것과 그 부활을 만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했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 둘을 모두 보여줍니다. 


 

그때에 여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예수님께서 마주 오시면서 그 여자들에게 “평안하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다가가 엎드려 그분의 발을 붙잡고 절하였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부활하시어 먼저 당신을 찾아 나선 이들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먼저 나타나셨으나 그들을 선택하거나 함께 하지 않으시고 당신이 계셔야 할 곳을 향해 가십니다. 그곳은 갈릴래아 당신이 원래 이 일을 시작하셨던 곳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상하리만큼 전혀 다름이 없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곧 부활을 통해 당신이 더 대단한 분으로 바뀌셨거나 전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일을 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와 함께 계셨을 때 당신이 하신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고 또 그분의 죽음이 어떤 것을 마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 또한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일은 그대로였고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수님이 이미 하신 행동을 반복하시는 듯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기억' 때문이었을 겁니다. 제자들이 기억해야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주님의 말씀과 행동, 그리고 가르침을 기억시키기 위한 시간을 보내시는 주님입니다. 


 

반면 복음에는 십자가의 살인을 주도한 이들의 행동도 드러납니다. 


 

여자들이 돌아가는 동안에 경비병 몇 사람이 도성 안으로 가서, 일어난 일을 모두 수석 사제들에게 알렸다. 수석 사제들은 원로들과 함께 모여 의논한 끝에 군사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 말하였다.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 갔다.’ 하여라. 이 소식이 총독의 귀에 들어가더라도, 우리가 그를 설득하여 너희가 걱정할 필요가 없게 해 주겠다.” 경비병들은 돈을 받고 시킨 대로 하였다. 그리하여 이 말이 오늘날까지도 유다인들 사이에 퍼져 있다.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통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권력자들의 행동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백성들 사이에 '소문'으로 막으려 듭니다. 주님 부활의 순간을 막을 수는 없으나 그들은 백성들의 어리석음과 심리를 이용하여 주님의 부활을 없는 사실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일로 '동업자'가 된 빌라도까지 엮을 수 있다는 자신을 보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사실을 밝히기 보다 그로 인한 다음의 상황을 여론으로 무마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한창입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이런 시도는 어느 정도 늘 성공한 듯 보입니다. 복음이 알려주는 것도 그것입니다. 또한 그들의 후손은 이 부활 사건에 대해 아직 믿음을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이 일을 주도하고 감춘 이들이 수석 사제들이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런데 또한 그들만큼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기 쉬운 사람도 없을 듯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이용해 하느님의 아들을 죽였을 뿐 아니라 통치자의 눈을 가리고 그를 이용할 수도 있는 힘을 이용했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배경이었고 백성은 그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때로는 통치자였고 그들은 제단에서는 하느님을 삶에서는 로마의 황제에 붙어 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뜻이었던 부활조차 감추려 했고 적극적인 시도로 사회를 지배하려 들었던 겁니다. 


 

부활은 '설마'하던 우리의 모습을 조금 더 자세히 그리고 정확히 드러내었고 그런만큼 주님의 뜻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 부활을 축하하는 축제일에 맞이하는 복음이 그리 유쾌하진 않지만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것은 부활이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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