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99A7A7355C83CBB70F22BD




 

사순 첫번째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사순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준비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사순절은 조금 이상한 점이 존재합니다. 사순절이 주님의수난과 부활을 기다리는 시기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고, 그 끝은 부활이라는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음도 압니다. 그런데 그 부활절에 기쁜 이유가 주님의 부활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우리는 부활을 통해 오히려 긴장이 풀린듯 잘못을 시작하는 날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런 이상한 부활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주님의 사순절의 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분의 사순절이 끝났을 때 주님은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만나게 된 지점이이 사십일이 끝난 후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복음을 통해 우리의 사순절을 생각해 볼 시간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은 그 길로 광야로 가십니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자라 세상으로 나왔듯이, 주님도 공생활을 앞두고 광야로 가셨습니다. 예수님이 유혹을 받으신 것은 세례자 요한도 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냥 주님께 주어진 유혹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례자 요한이야 그 유혹의 의미를 처음부터 모르고 살았지만 예수님은 세상 속에 살다가 광야로 가셨으니 유혹은 좀 더 자극적이었고 적극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악마의 유혹은 우리가 말하는 '악하고 더럽고 힘든'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우선 그 첫 유혹부터 우리는 전혀 피해갈 수 없는 유혹이 주어집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 그 기간이 끝났을 때에 시장하셨다. 그런데 악마가 그분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공생활에 나선 주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하늘나라에 대해 전하셔야 하고 하느님의 능력을 보여주셔야 하는 삶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정작 주님은 배고픈 사람이었고 말을 할 힘도 없는 허기진 인생이었습니다. 그런 분에게 '빵'은 절실한 필요입니다. 먹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미 아는 예수님에게 빵은 모든 것의 '시작'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준비'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자기 준비를 거절하십니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빵만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또한 다른 복음을 빌린다면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주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듣지만 여전히 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곧 허기짐에 말할 힘도 없는 주님이 우리가 만난 공생활의 첫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을 돌보지 않는 주님은 어떤 준비도 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만나셨습니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순간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 주며, 그분께 말하였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자기 자신과 복음 선포자로서의 준비를 포기하신 예수님에게 악마는 세상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거침 없이 자신을 자랑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곧 하느님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악마가 주님에게 가르쳐주듯 합니다. 그는 세계의 모든 나라가 가진 권세와 영광을 자신이 받았노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선심 쓰듯 그것을 자신이 주님께 드리길 원한다고 말합니다. 그 댓가는 자신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악마가 말한 그 권세와 영광은 사실 사람들이 하느님의 은총이라 말하며 그분께 바친 것들입니다. 권세도 재물도 명예도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청하는 것들입니다. 그것을 달라고 주님께 손을 모으는 것도 오늘도 반복되는 행동들입니다. 


 

악마의 유혹은 재물에 관한 유혹이 아닙니다. 그것을 주님의 은총으로 아는 사람들을 볼모로 한 유혹입니다. 자신의 방식을 주님이 이용하면 모든 이들이 예수님께 그 모든 권세와 영광을 드릴 것이라는 권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주님이 그렇게 하셨다면 당연히 우리는 주님께 금은 보화로 그분을 그렇게 섬겼을 것입니다. 아니어도 그렇게 하는 우리들이니 주님이 바라기만 하셨다면 당연히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번에도 악마를 실망시키십니다. 그래서 주님은 세상에서 어떤 권세도 영광도 받지 못하셨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권력에 목숨을 잃어버리고 하느님을 저버린 백성의반대를 받은 것이 주님의 삶이었습니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


 

자신도, 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하지 않으시겠다는 고집센 예수님. 악마는 답답한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도무지 사람들이 예수님을 보고 어떻게 하느님의 아들인지, 또 구세주라는 것을 알수 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말씀대로 산다면 적어도 그 증거를 사람들에게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예수님께 강권합니다. 


 

바로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려 천사들의 보호를 받으면 그 자체로 당신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테니 그렇게 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강하게 그 권유를 뿌리치십니다. 


 

이것이 주님의 사순절입니다. 공생활을 하기 위해 40일을 보내셨으나 주님의 결론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주실 생각도 없으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드러내실 생각은 더더욱 없으십니다. 그렇게 사람들 앞에 서야 했던 주님은 가진 것 하나 없이 하느님 나라를 전해야 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들의 삶에서 하느님의 이야기를 꺼내셨고, 그들과 함께 밥을 드셨으며, 성전에서 언제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말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세상은 예수님께 어떤 권세나 명예를 드릴 수 없었고, 늘 그분의 '나자렛'만을 기억했습니다. 그러니 그분 곁의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는 '흔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사순절은 주님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끝납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준비의 기간이고, 준비가 끝났을 때 참 사랑이 시작됩니다. 우리의 사순절이 끝난 지점에 맞게 되는 주님의 부활도 영원한 생명의 소식이 전해져 우리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순절은 주님이 포기한 모든 것을 가지기 위한 시기가 되기도 합니다. 부활 우리는 다시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시작하고 누구보다 높은 사람이 되려 하고, 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애를 쓰려 합니다. 


 

그러나 사순절은 주님으로부터 시작된 날이어서 이 날의 원래 주인의 모습을 본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부활은 좀 달라지길 바랍니다. 부활을 지나 우리는 자신을 버리고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아직 많은 날이 남아있으니 다짐을 다시하고 주님을 우리 중심에 모셔 들이길 바랍니다. 



 

  • 베르나 2019.03.10 01:47
    아멘 ~~
  • 괴정베드로 2019.03.10 19:23
    아멘!
    오늘 주일 교중미사중에 소중한 손님들과 함께할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마르코 7: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

    괴정성당 신부님! 교우분들 모두가 특별한 것을 원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평화가 가득한 신앙생활이 되었으면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1 2019년 11월 13일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1 별지기 2019.11.13 43
370 2019년 11월 12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2 별지기 2019.11.13 43
369 2019년 11월 9일 성 라뗴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1 별지기 2019.11.09 39
368 2019년 11월 15일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1 별지기 2019.11.15 38
367 2019년 9월 11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별지기 2019.09.11 37
366 2019년 3월 30일 사순 제3주간 토요일 별지기 2019.03.30 34
365 2019년 4월 21일 주님 부활 대축일 별지기 2019.04.21 32
364 2019년 4월 18일 주님만찬 성목요일 1 별지기 2019.04.18 29
363 2019년 4월 1일 사순 제4주간 월요일 별지기 2019.04.01 29
362 2019년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별지기 2019.12.01 28
361 2019년 4월 3일 사순 제4주간 수요일 1 별지기 2019.04.02 28
» 2019년 3월 10일 사순 제1주일 2 별지기 2019.03.09 28
359 2019년 11월 16일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1 별지기 2019.11.15 27
358 2019년 11월 14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별지기 2019.11.13 25
357 2019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 별지기 2019.02.02 25
356 2019년 3월 29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2 별지기 2019.03.28 24
355 2019년 3월 21일 사순 제2주간 목요일 1 별지기 2019.03.20 23
354 2019년 11월 8일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1 별지기 2019.11.08 22
353 2019년 9월 12일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별지기 2019.09.11 22
352 2019년 5월 24일 부활 제5주간 금요일 1 별지기 2019.05.24 2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