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무슨 표징을 보여 줄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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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9살 어린이였던 제가 들어선 성전에는 저 높은 곳에 한 사람이 십자가에 달려 있었습니다. 놀랍고 대단한 경험으로부터 거의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성전 높은 곳에서 주님의 성찬을 함께 하는 사제가 되어 있습니다. 


 

성전을 장사하는 곳으로 만들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 그곳에 장사치라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말하는 시장통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그곳에 자리한 물품들은 모두 제사에 필요한 것들이고 그나마 선별되어 보내진 것들이었을 겁니다. 그곳에서 뿌려진 동전들은 그 예물을 사고 파는데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모두가 성전에 꼭 필요한 것이었고 사람들은 먼길에서 제물이 상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재물은 더 좋은 것들로 교체되며 그 값도 올라갔을 겁니다. 물론 이것은 모두 상상입니다. 그러나 꼭 상상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분명 이 장면은 우리가 늘 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성전을 말하며 그곳 앞에서 살아가는 인생들은 저마다 하느님을 잊고 자신의 삶을 위해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제사를 받으시나 그 모든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예물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복을 쌓고 행운을 비는 것으로 가득찼습니다. 


 

주님이 치우신 것은 하느님께 드린 예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잊게 만든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짓 제사와 이기심으로 가득찬 껍데기였습니다. 그분의 진노가 높았던 것은 그것으로 누군가는 의로움을 자랑했고 자신의 잘못을 지웠으며 그곳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을 조롱하고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그럴수록 성전은 화려해지고 지체 높은 이들의 옷자락으로 가득했으나 정작 하느님은 가려지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진노에 질문합니다. 


 

“당신이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무슨 표징을 보여 줄 수 있소?”


 

그들에게 하느님은 축복이라는 신기한 일을 하는 존재였던 셈입니다. 하느님의 증거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대로라면 그들이 본 적도 없는 표징이라 말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은 이미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성전은 하느님을 이용하는 그들의 배경일 뿐이었고 그들에게 돈을 벌어주는 수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에게 그 성전의 원래 주인인 하느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는 방해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느님에게 하느님임을 증명하게 하는 그들의 어리석은 질문은 그들도 한 번 본 적도 없는 표징으로 하느님을 시험했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그 성전이 허물어 졌음을 선언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부활로 다시 성전의 의미를 세울 것이라 이야기하십니다. 


 

죽음으로 무너뜨려도 단 사흘이면 다시 서는 영원한 하느님의 성전은 어떤 재물로도 채울 수 없는 오직 그리스도의 삶으로만 채워지는 가치였습니다. 처음부터 집이 필요하지 않으신 하느님께 집을 지어드리고자 했던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사람들은 하느님의 집을 빼앗았고 그 성전이 보이는 곳에 그분의 십자가를 세웠습니다. 


 

장사꾼의 소굴이 된 성전의 모습을 우리에게서 발견하는 것이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한 고통은 또 다시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다른 곳에 세워질 것 때문입니다. 그분을 따르는 이들의 십자가가 성전에서 쫓겨나 다른 곳에 세워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성전은 다시 정화되어야 하고 우리가 필요하다 느낀 모든 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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