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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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따르는 삶에 대해 우리는 자주 '완벽' 혹은 '완덕'이라는 느낌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하느님은 완전한 분이시고, 전지전능하시니 그분 앞에선 우리는 늘 부족하고 죄스러운 마음에고개를 숙이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겸손'이라고 부르는 단어는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아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을 낮춘다는 것이 마치 '있는데 없는 듯',  '아는데 모르는 듯',  '높은 데 낮은 듯'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부족하다면 하느님을 따르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지금 하느님이 우리를 당신 제자로 부르신다면 우리는 응답할 수 있을까요? 오늘 우리에게 어떤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 하나가 등장합니다. 


 

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드는 상황에서 그 중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기적과 말씀에 놀라거나 감동하였고, 그분과 함께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시선은 그들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놓은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님께 별 관심 없는 듯 자신들의 일을 하던 어부들이었습니다. 그들을 먼저 보신 것은 주님이셨고, 주님은 자리를 옮겨 그 배에 올라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두 배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끝내시고 그 배를 멀리 떨어지게 해서 예수님은 시몬과 가장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십니다. 그리고 그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예수님은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으신 기적으로 시몬과 그 동생,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을 부르셨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너무 잘 압니다. 그래서 그 어부들을 부르실 때 사용하셨던 말씀도 잘 기억합니다.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는 말씀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고, 다가가고, 보여주는 예수님의 정성에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 이가 있었습니다. 그가 베드로였습니다.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시몬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러하였다. 


 

복음은 시몬이 너무 놀라서 그렇게 말했다고 증언합니다. 그것은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진심이 보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좋고, 하느님의 뜻이 옳다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인 그가 몰랐을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예수님과 같이 있을 수 없을 지경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 듯 보입니다. 자신에게 다가오신 예수님을 밀어내려는 그의 모습은 하느님을 사랑하면서도 늘 그분 앞에서 물러서기만 하는 우리와 닮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예수님 곁에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과 달리 스스로를 부정하고 하느님 곁에 감히 머물 생각을 하지 못하는 베드로는 예수님의 부활 후 같은 장면에서 물 속으로 뛰어듭니다. 복음 속 등장하는 베드로의 단순한 듯 또 급한 듯 보이는 모습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그런 자신을 이미 잘 알고 있었음을 이 복음에서 봅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를 다독이십니다. 한마디 안에 담긴 뜻을 읽어봅니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너면 충분하다'가 예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은 너를 원하신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부족함 앞에 하느님과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몸을 움츠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그들에게 베드로는 그 자체로 희망이 되는 사람입니다. 먹고 사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람. 그렇게 살기에 거칠고 험한 말과 행동을 일삼고 겨우 가정을 지키는 것 안에서만 선함과 정의, 그리고 행복함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다중적인 성격을 지닌 듯 사는 사람. 
 

그래서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 곁에서도 주눅들고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전혀 다른 부류로 생각하는 사람들. 이것도 신앙생활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럽다고 주일 겨우 겨우성당에 급한 듯 늦게 와서 빨리 나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하늘나라의 열쇠가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그런 베드로는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열면 하늘나라는 열립니다. 그런 이에게 허락된 하늘나라에 누가 들어갈까요?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우리는 하늘나라와 하느님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베드로는 늘 자신을 알았던 겸손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행동했던 우리의 닮은 꼴을모두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서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베드로가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것은 교황이 되고, 교회를 이끌고 난 후가 아니라 바로 이 때부터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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