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이 함께 활동하실 때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소문을 통해 헤로데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하기도 하고 옛 예언자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그에게 일어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헤로데는 그런 일을 하고 말을 할 사람으로 세례자 요한 이외에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을 세례자 요한과 겹쳐서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헤로데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때에 예수님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마침내 헤로데 임금도 소문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는 엘리야다.”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들과 같은 예언자다.” 하였다. 헤로데는 이러한 소문을 듣고,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하고 말하였다.
베일에 싸인 인물이 요한이라고 생각하는 헤로데는 자신의 힘으로 요한을 묶어 두었다가 죽인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 기억 속에서 세례자 요한의 가치가 다시 등장합니다.
이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 둔 일이 있었다.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헤로데가 이 여자와 혼인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임금은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 하고 말할 뿐만 아니라,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자,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하고 일렀다. 소녀는 곧 서둘러 임금에게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요한이 죽게 된 사연은 허탈하기만 합니다. 한 통치자의 권력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그가 존경하기도 하고 두려워했던 의인의 죽음을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게 된 사연은 자신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게 합니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려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버린 헤로데는 그렇게 하면서도 세레자 요한을 그리워합니다. 자신의 말과 약속이 자신의 바른 삶 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를 부추긴 헤로디아가 있지만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한 것입니다.
자신의 흥에 취했던 헤로데는 이미 헤로디아가 요한을 죽이려 드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자신도 그의 지적에서 조금은 자유롭기 위해 그를 묶어 둔 것입니다. 그를 보호하려했던 것이 그의 첫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헤로디아의 꾀에 빠져버린 헤로데는 어린 소녀의 춤에 정신을 놓고 말도 안되는 약속을 하고 맙니다. 요한의 목숨을 노리는 헤로디아는 그 약속의 값으로 요한의 목을 원합니다. 그는 그의 지혜를 통해 세례자 요한을 구하려 했으나 가장 쉽게 요한의 목숨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선택권을 손에 쥐게 됩니다.
결국 요한의 죽음은 누구의 탓일까를 묻는다면 그것은 온전히 헤로데의 몫이라 말해야 합니다. 환경이 그렇고 배경이 그렇고 누군가의 모의가 있었지만 그 결정을 한 것은 헤로데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 누구도 요한의 목숨을 결정할 자격이 없었고 오직 그만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명령권을 가졌으니 그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합니다.
사실 예수님은 그에게 직언을 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또 예수님은 그를 바꾸어 세상을 구하려는 의도도 없으셨기에 두 사람이 만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뒷모습에서 세례자 요한을 그리워하는 헤로데의 모습은 우리와 너무 많이 닮아 있습니다.
약속의 가치를 끝까지 지킨 것은 하느님도 헤로데도 같지만 한 분은 불가능한 사랑을, 한 사람은 가능한 살인을 통해 그 약속을 지키려 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언제나 희망을 주셨고헤로데는 회복할 수 없는 미련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것을 따르고 헤로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헤로데는 여전히 요한을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그의 손으로 그 희망을 꺽어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요한을 찾습니다. 그러나 그 일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결코 자신을 위한 잘못된 선택이 다른 기회로 이어지리라 생각해선 안됩니다. 그 선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처럼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그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사람을 잃어버린 헤로데. 그의 허망함이 느껴지는 하루의 시작입니다. 평생에 지워지지 않는 결정은 후회와 통회로도 극복되지 않습니다. 그가 예수님을 만난 들 요한일리 없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