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사람들 앞에서 하늘 나라의 문을 잠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자기들도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들어가려는 이들마저 들어가게 놓아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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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학자와 바리사이. 이스라엘의 율법을 지키며 대표적인 의인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율법을 생명처럼 여기고, 이를 통해 구원을 꿈꾸던 이들은 사회의 지도자이자 대표적인 이스라엘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기준으로 죄인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들은 도덕적 잣대이자 신앙인으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곧 그들이 현실에서의 살아있는 교과서였던 셈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정면으로 맞서 그들의 권위와 위치를 끌어 내리십니다. 


 

모든 이야기는 예수님의 첫 말씀에서 결정됩니다. 그들이 위선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가르침을 자신들도 지키려 하지 않고 그들의 가르침의 헛점을 파고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곧 사람들에게 하늘나라는 불가능한 곳을 바라는 희망을 신앙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들 역시도 그곳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다른 것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이면서 하느님을 자신들의 삶의 배경으로 삼고 사람들의 존경의 이유로 만들고는 자신들도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버리는 이들이 결국 추구할 것은 사람들의 삶에서 '잘산다',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수단, 곧 재물 뿐입니다. 


 

결국 그들을 눈먼 인도자, 혹은 눈먼이들이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은 그들이 스스로 만든 이 굴레 안에 하느님도 백성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지도자고, 그들의 입에서는 쉴 새 없이 율법의 구절들이 튀어 나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려 해도 백성이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고 그 죄에서 벗어나지 못해 하늘을 향해 머리 조차 들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그들에게 죄인으로 내몰리고 무시당하는 백성의 처지에서 사셨던 예수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하기도 싫은 장면입니다. 


 

2천년이 지났고 우리는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되어 사도들에게 전해진 이 믿음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볼 수록 우리가 그 때 예수님을 박해하고 백성들을 죄인으로 내 몰았던 이들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놀랍기만 합니다. 우리의 반성은 늘 율법학자와 바리사이의 위선에 대한 반성을 되풀이 하는 것이니 과연 우리가 믿고 따르는 것이 그리스도인지 아니면 그 옛날 고집스런 이스라엘인지 모를 일입니다. 


 

위선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드러낸다면 그는 유치한 수준의 순진한 사기꾼일지도 모릅니다. 그 위선이 모여 하나의 체계가 되면 그 위선은 철저히 당연한 것으로 감추어집니다. 이 못난 습관이 어느새 들어와 우리에게 굳어졌다면 2천년의 긴 시간이 만든 이 위선의 벽을 어떻게 허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하늘나라가 막힌 것은 아니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 나라는 시작도 결정도 하느님의 것이니 상상하지 못한 사람들로 그 나라는 여전히 채워지고 있을 것입니다. 단지 이 상황이 막막하고 답답한 것 뿐입니다. 당연히 저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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