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남편의 처지가 그러하다면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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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우리를 실망시키거나 혹은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를 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우리는 주님을 만나며 늘 '회개'라는 단어와 함께 잘못된 방향에서 옳은 방향으로 돌아설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몰라서 혹은 하느님의 뜻을 알면서도 세상이 정해 놓은 틀에 맞춰 살기 위해 어기는 일들을 바로 잡으러 오신 예수님의 말씀은 당시에도 또 지금도 우리를 괴롭게 할 수 있습니다. 


 

혼인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으며 그분의 흠을 잡기 위해 애를 쓰는 바리사이를 봅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누가 하는가에 대해 편견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이 지닌 관습을 통해 예수님의 부족함을 밝혀 내려고 합니다. 굳이 주님이 미혼이셨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아도 주님의 이야기는 그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하는데 충분한 말씀이었습니다. 


 

세상 창조의 이야기를 전해준 조상들로부터 전해진 하느님의 뜻에 혼인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자 신비로운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특징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사람이나 서로에 대한 사랑의 고백과 약속으로 맺어지는 이 이상한(?) 관계는 곧바로 하느님이 맺어주신 것으로 이어집니다. 사람의 선택이나 그것이 하느님의 뜻으로 바뀌는 이 신비로운 변화는 사람이 하느님을 닮아 창조의 모습을 가장 가깝게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이 창조의 업적을 뒤집거나 취소하지 않으신 것처럼 사람의 사랑도 하느님의 뜻 안에서 서로가 주어졌음을 기뻐하고 사랑해야 할 운명을 스스로 만들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벗어난 세상은 혼인을 계약 관계로 만들었고 그것도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소유'의 관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곧 버려도 되는 '취소'가 가능한 약속으로 자신들의 말을버리는 것을 허용하고 권리인듯 여겼습니다. 


 

여기에 예수님은 혼인이란 결코 그럴 수 없는 일이라는 가르침을 주십니다. 사람의 말은 힘이 없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내뱉는 말들 속에는 결코 그 무게가 가볍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거운 말들은 거의 자신의 앞에 놓인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들입니다. 반면 자신을 위해 내뱉는 이야기들은 오직 홀로에게 하는 가볍고도 타인과 단절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과의 약속과 타인과의 약속 중 사람은 자신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자신의 자유 위에 얹혀진 말은 그 가벼움은 손바닥을 뒤집는 듯 쉽습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뱉은 말은 나간 후 되돌아 올 수 없는 채로 상대방에게 주어져 버립니다. 그리고 그 말에는 책임이 주어지고 기억으로 남아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말은 하느님으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창조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 중 최고의 말은 '사랑의 언어'입니다. 그 말이 현실이 되어야 함을 가르쳐 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을 고백한 그 무수한 이들에게 나는 그 말의 무게만큼 사랑하고 행복함을 선사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모두가 함께 있어도 혼자 사는 듯 말하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두고두고 생각해 볼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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