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누구요?”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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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복음에 소개되는 예수님의 죽음의 과정은 외형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마치 신명기를 읽고 있는 듯 그 때 예수님의 마음과 구체적인 구원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소개됩니다. 예수님과 율법 학자, 또 바리사이들은 같은 율법 위에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미워하고 모함하며 끊임 없이 의심하는 이유는 율법에 대한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다른 모든 조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가르침에 시비를 걸지 못하면서 그분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이르셨다. “나는 간다. 너희가 나를 찾겠지만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그러자 유다인들이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하니, 자살하겠다는 말인가?” 하였다. 


 

"나는 간다"라는 말을 놓고 그들이 예수님의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예수님을 이미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 이들의 판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들도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을 이미 알고 계셨다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는 또 하나의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돌아가시기 전  당신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끊임 없이 이야기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를 깨닫지 못하는 위선자들에게 경고하고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그들이 주님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아래에서 왔고 나는 위에서 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정녕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그러자 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누구요?” 하고 물었다.


 

늘 이야기를 하지만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말하고 그 때마다 진심이었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일 수 있었고, 또 예수님을 무시했기 때문에 그분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것과 다르고, 틀렸다고 생각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에게 주는 이 경고 앞에 당황하면서도 그들이 찾은 것은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군가?'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처음부터 내가 너희에게 말해 오지 않았느냐? 나는 너희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도, 심판할 것도 많다. 그러나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참되시기에, 나는 그분에게서 들은 것을 이 세상에 이야기할 따름이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아버지를 가리켜 말씀하신 줄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만 말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내가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복음을 읽으며 '답답함'을 느낍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들리지 않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겁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이 답답한 것은 그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고, 또 알고 있는 것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못해본 듯 합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보고서도 그분의 말씀을 듣고서도 전혀 하느님을 떠올리지 못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있는 그대로 살고 계셨기에 당신의 죽음에 대한 걱정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또 아버지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을 것임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죽음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당신을 죽음으로 내 모는 이 어리석은 이들의 행동이 결국 그들의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할 것이라는 말씀을 해 주신 것입니다. 그런 확신이 또 다시 백성에게 전해지자 백성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많은 사람이 그분을 믿었다.


 

하지만 이 확신이 예수님의 죽음을 더 빨리 재촉했음도 사실입니다. 물론 그들이 예수님의 말씀의 의미보다 예수님의 그런 당당함과 확신을 좋아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릅니다. 정작 그분의 죽음 앞에서 누구도 그것에 반대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져가고 우리의 무지는 그분을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세웁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를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직격탄을 날리십니다. 그들은 율법으로 구원을 받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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