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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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일요일이 주님의 부활절이어서 안식일을 바꾸어 지내는 우리인 듯 매 주 돌아오는 금요일은 언제나 주님이 돌아가신 날이라는 의미가 우리에게 따라 다닙니다. 금요일 우리는 사순에 들어와서 십자가의 길을 바치게 됩니다. 


 

본당에서도 주님이 돌아가신 오후 3시 경에 한 번, 또 저녁 미사 후에 또 한 번을 교우들과 함께 바칩니다. 주님의 고통의 길을 걸으며 주님이 겪으신 일과 주님의 마음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주님의 생애가 모두 고통일리는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가장 큰 사건으로 다가오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은 우리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며 바로잡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수난일에 지키게 되는 단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시작은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의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그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의 삶을 따라 살던 사람이고 그래서 그들은 요한의 단식에서 그들 삶의 모범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단식은 이미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하느님께 대한 정성으로 여겨집니다. 곧 최고의 기도일 수 있고, 최고의 희생, 최고의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신앙생활입니다. 끼니를 굶는다는 것은 생명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의미가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들의 궁금증을 의미 없는 것으로 돌려 버리십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씀입니다. 동시에 단식은 언제 해야 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정성으로 단식을 합니다. 지금도 우리의 단식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요한이 보여준 또 바리사이들의 단식과 같을리는 없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단식을 합니다. 곧 예수님이 말씀하신 단식은 "신랑을 빼앗길 날"을 당한 이들의 하는 단식입니다. 곧 제자들의 단식은 스승을 잃은 슬픔 속에 끼니를 끊는 것입니다. 우리를 향해 당신의 목숨을 다해 끝까지 사랑하신 님을 잃고 우리가 그분의 생명의 가치를 온 몸으로 느끼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성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그분처럼 생명을걸어 사랑하는 것임을 기억하는 것으로 단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단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분을 기억하고 따른다는 것이 우리의 단식의 내용입니다. 


 

단식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단식은 여전히 생명의 가치가 주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 하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부터 반 강제적으로 정해진 규정 때문에 하는 것인지 생각할 필요는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 처럼 정해진 것으로 율법을 지키듯 우리의 신앙생활을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기도와 단식을 잘못이라 말할 이유는 없지만 그 수많은 형식이 주님의 가르침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도 어김 없는 사실입니다. 


 

오늘 십자가의 길이 기도가 아닌 우리의 삶의 길에 대한 묵상이었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주님의 수난의 길은 그분의 단식을 뜻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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