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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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사순절의 시작입니다. 주님의 수난과 부활로 이어지는 부활사건을 기다리는 40일의 여행을 시작할 때입니다. 어김 없이 돌아오는 이 시간에 우리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첫걸음을 시작해야 할 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긴 여행의 시작은 우리 머리 위에 재를 얹고 시작됩니다. 


 

사제는 사람의 머리에 재를 얹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십시오"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라고 말입니다. 


 

이 두 말의 의미가 서로 다르지 않다면 사람이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한다는 말은 회개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근본을 생각한다는 것이고 우리의 근본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왔으니 하느님께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 흙에서 흙으로의 여행을 뜻하고 우리 태도를 바꾸어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을 회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개하고 해야 할 일이 복음을 믿는 일입니다. 


 

곧 우리의 복음이신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것이 하느님께로 돌아선 이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 복음이 알려주는 회개의 실천처럼 말입니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오늘 복음은 어쩌면 사순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의로운 일, 자선, 기도, 단식입니다. 정의를 지키고, 좋은 일을 하고, 기도하고, 단식하는 일은 보통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오늘 재의 수요일에 우리는 금식을 하고 있고, 지금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으며 오늘도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중 죄를 피하고 선을 행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것이 사순절에 어울리는 우리의 행동들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행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따라 그것은 회개의 삶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실천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것 자체가 필요해서인지 잘 생각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보라고 자신의 의로움을 드러내는 일, 자선을 베풀고 그 자선의 손과 발 끝에 있는 사람이 중요한지 아니면 그것을 베푼 자신이 중요한지, 기도하는 이유와 기도를 받으시는 하느님이 모두 자신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단식조차 자신의 숭고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것은 아닌지는 생각하기 전 먼저 의도로 드러납니다. 


 

물론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든 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의도가 자신 때문이 아니라면 그 모습은 그 자체로 그 일이 보여주는 복음적 가치를 드러낼 것입니다. 곧 자신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이 드러나고 그 하느님을 닮은 자신이 세상에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그렇게 세상은 살아있는 정의를 보고, 선함의 빛을 보며, 기도로 거룩해지고, 단식으로 그 사랑의 몫을 나누어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 한사람에게 눈과 마음 모두를 강제로 빼앗겨 정의에는 죄인이 되고, 선함 앞에는 질투나 비굴함의 처지가 되고, 기도에는 겸손이 아닌 비천한 자신을 보게 되고 단식에는 열심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포기하게 되는 엄청난 결과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에게서 나온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삶의 이유를 실천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을 내려놓고 그리스도가 그렇게 하셨듯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의로움을 지키고, 선한 일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 기도를 통해 누군가를 위해 거룩한 시간을 보내고, 단식의 가치로 생명을 나눌 수 있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갈 길을 보게 됩니다. 또한 그로인해 세상에 살아야 할 참 맛을 느끼게 됩니다. 곧 빛과 소금의 길을 걷는 것이 사순절의 삶이 가지는 가치입니다. 자신을 위해 사순절을 보내는 것은 회개의 길이 아닙니다.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는 아마도 방부제와 같은 자신을 지키려 들 것이고 결국 모두가 그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은 처음부터 그 의도를 알고 계시니 겸손한 척한다고 해서 숨겨질 일은 아닙니다. 


 

회개해야 합니다. 뉘우치라는 말이 아니라 돌아서라는 말입니다. 자신을 향한 눈길을 하느님을 향해 사람을 향해 돌려내고 자신의 삶도 손 안에서 사람들의 처지와 우리로 돌려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재가 의미하는 '아무것도 아닌 가장 순수한 상태'의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존재라는 것이 '흙'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나 하느님이 이 세상을 다스리라 만드신 존재이니 세상에는 우리가 전부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희망이 되는 시간, 모두가 그리스도가 되는 시간. 그것이 사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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