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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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 온 지 이제 2달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성탄의 여운과 공현, 그리고 연중을 지나 사순을 앞두고 있습니다. 성당 주변의 정리도 끝나가고 성당 생활에도 어느 덧 적응이 되어 가는 듯 느껴집니다. 그러나 한 쪽으론 걱정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것을 느낍니다. 마음 안에 오랜 숙제이고 오랜만에 본 현실은 더욱 참담하기도 합니다. 


 

주일학교의 문제입니다. 방학 중이어서 더 그렇겠지만 미사 참례를 하는 학생들의 수는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줄어 있고 있다고는 하는데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존재들도 언급됩니다. 


 

"그때에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고 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다."


 

복음에서 아주 짧게 언급되는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어린이들에게 가지는 지독한 편견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예수님께 다가오는 것을 막아서는 제자들은 그들이 '귀찮은' 존재로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크신 일을 어지럽히고 귀찮게 하는 정도의 존재입니다. 어린이는 아주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사람입니다. 가장 약한 사람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존재이자 하늘로부터 내려온 말씀의 씨앗이 가장 가깝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열매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열매가 없어도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영양은 계속 주어져야 하고 그들은 계속 자라야 합니다. 결국 그들의 가지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그저 성당에 '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양육되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있어야 합니다. 


 

얼마전 우연히 여러 본당의 대표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극단적 예를 들며 주일학교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다들 주일학교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을 꺼냈습니다. 그러나 주일학교가 가지는 부차적인 장점이 강조될 뿐 신앙에 대한 이야기는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당에 다니지만 동시에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린이는 비정상적인 대접을 받습니다. 성당에서는 힘든 교리와 지루한 전례에서 해방되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고 밖에서는 누구보다 영재에 가까운 삶을 강요받는 것이 현재입니다. 아니면 적성보다 인기있는 유행을 쫓아 누구보다 재능을 키워야 하는 '시장'으로 내 몰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주님께 오는 이유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만나야 하고 밖에서 그 아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기대하며 그 결과로 그가 신자임에 열광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다가가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성당에서 기울여야 하는 노력과 관심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이유는 아니어야 합니다. 지금도 집에 머물며 성당 외에 다른 모든 것에 열심히 몰두하는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엉뚱한 이야기로 이제 사제 성소가 줄어 은퇴를 할 수 없으리라 걱정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저 웃습니다. 그 때 우리가 책임지는 본당을 채울 신자들의 수는 계산에 넣지 않는 모양입니다. 신자나 사제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제들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은퇴가 아니라 그 때 우리가 교우들에게 우리의 생계를 부탁할 수 있을지가 아닐지요. 우리는 지금 거의 사라진 우리의 미래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주일학교 개학하는 날입니다. 





 

  • 괴정베드로 2019.03.02 17:27
    아 멘!
    주님 이땅에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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