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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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밤 하늘 아래 수 많은 십자가를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빨간 십자가는 우리와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같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세운 것들입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믿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지만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흔적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 십자가 아래에서 우리까지도 신앙생활을 할 테지만 세상은 하느님도 그분을 믿는 사람도 없는 듯 세상의 흐름은 무심히 그냥 갑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야기합니다. 


 

그때에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복음 전체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제자들의 이 고발이 왠지 힘이 없고 어쩌면 시기어린 고발처럼 여겨집니다. 그들은 마귀를 쫓아내는 것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그 일은 기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말하신 기억이 스칩니다. 아무튼 그들은 실패한 것을 스승과 한 무리를 이루지도 않으면서 스승의 이름으로만 놀라운 일을 성공한 이들의 소식을 전하는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는 이들을 제지하려 했습니다. 그것이 제자다움이라고 생각했을테고 그것이 스승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뜻밖의 반응이 등장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예수님의 이야기는 당신이 이 세상을 찾아 오신 이유를 담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하느님을 찾고 누군가를 도와주었다면 그것이 꼭 한 무리의 사람이 아니라도 예수님의 가르침과 삶을 지지하는 곧 하느님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여겨도 좋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믿는 분이 하느님이고, 그 삶의 모델이 예수 그리스도라면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로 다툴 이유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에 접근하는 방법이 역사적, 사회적, 환경적인이유로 다르다 하더라도 그것에서 부족함이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십자가가 빨간 색이든 하얀 색이든 그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분은 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두고 말을 한다면 우리는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랑을 실천한다면 우리의 입은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서도 하느님의 사랑은 세상에 내려지고 그리스도의 복음은 전해진다는 것에 거부할 근거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믿음에서 나왔음을 아는 이라면 그들 안에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조차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씀을 생각하며 우리가 끝까지 하나가 되지 못함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기뻐할 이유가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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