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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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맞서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눈 앞으로 등장하는 일이 있습니다. 대중 매체에 사제의 특별함으로 표현되는 이 일은 마귀를 쫓아내는 일입니다. 아주 오래된 마귀와의 다툼이 오늘 복음에 등장합니다.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는 제자들. 그 제자들이 그들을 공격하는 율법 학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스승은 그들에게 유일하게 대적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들은 그것조차 없는 그야말로 무시당하기 좋은 상황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귀에 시달리는 아들과 그 아이의 부모였습니다. 무능한 제자들 때문에 아이의 고통과 그 부모의 아픔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그런 상황에 예수님이 등장하십니다.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산에서 내려와 다른 제자들에게 가서 보니, 그 제자들이 군중에게 둘러싸여 율법 학자들과 논쟁하고 있었다. 마침 군중이 모두 예수님을 보고는 몹시 놀라며 달려와 인사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저들과 무슨 논쟁을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스승님, 벙어리 영이 들린 제 아들을 스승님께 데리고 왔습니다. 어디에서건 그 영이 아이를 사로잡기만 하면 거꾸러뜨립니다. 그러면 아이는 거품을 흘리고 이를 갈며 몸이 뻣뻣해집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제자들에게 저 영을 쫓아내 달라고 하였지만, 그들은 쫓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이래저래 엉망입니다. 아직 주님의 가르침을 깨닫지도 못한 제자들에게 남은 것이라곤 스승이 하신 신기하기만 한 기적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들은 그 일을 흉내내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옮겨보기도 하지만 마귀는 사람들 보기에 더 심하게 아이들 괴롭힙니다. 


 

예수님의 도착과 함께 상황은 쉽게 정리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방법을 더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무엇이 다른지 또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말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를 내게 데려오너라.” 하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그 영은 예수님을 보자 곧바로 아이를 뒤흔들어 댔다. 아이는 땅에 쓰러져 거품을 흘리며 뒹굴었다. 예수님께서 그 아버지에게, “아이가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대답하였다. “어릴 적부터입니다. 저 영이 자주 아이를 죽이려고 불 속으로도, 물속으로도 내던졌습니다. 이제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고 말씀하시자, 아이 아버지가 곧바로,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떼를 지어 달려드는 것을 보시고 더러운 영을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벙어리, 귀머거리 영아, 내가 너에게 명령한다. 그 아이에게서 나가라.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마라.” 그러자 그 영이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마구 뒤흔들어 놓고 나가니, 아이는 죽은 것처럼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아이가 죽었구나.”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아이가 일어났다. 


 

연달아 일어나는 긴박한 상황 속에 마귀는 아이를 흔들어댑니다.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자극의 최고치입니다. 아이를 괴롭히며 예수님 앞에서 한껏 더욱 기세를 부리는 듯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한 마디에 아이와 사람들에게 더 큰 기억을 남긴채 나가게 됩니다. 


 

아마 제자들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들도 지금껏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고, 그분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마귀는 아이를 더 괴롭히며 제자들을 조롱하고 이를 본 율법학자들은 그 제자들의 무능함을 지적하며 그들이 기대고자 했던 스승과 하느님마저 부정하는 일들이 벌어졌을 겁니다. 


 

마귀를 쫓아내는 것은 영이 맑고 또 강한 사람만 가능한가를 두고 사람들은 궁금해합니다. 지금도 이런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은 분명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특별한 재능과 능력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궁금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던 제자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대답을 듣습니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가셨을 때에 제자들이 그분께 따로,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우리가 오늘 복음에서 마귀를 쫓아내는 방법을 알고 실천해보려는 것은 아닐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도 열심히 기도해서 마귀를 쫓아내자라고 결론을 내리려 하겠지만 예수님의 대답 속에 등장하는 기도는 그 형식보다 중요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시간을 되돌려 예수님이 그 아이를 구하시는 내용을 보면 예수님은 온통 아이에게만 관심을 기울이십니다. 영은 예수님을 보자 제자들에게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은 마귀를 쫓아내는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에게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던 이유는 예수님의 마음과 태도에 있었고 예수님은 그 아이를 지키고자 마귀에게 명령을 하십니다. 
 

마귀가 등장하고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아직도 벌어지는 상황에 우리는 여전히 누가 마귀를 쫓아낼 수 있는가에 흥미를 가지지만 예수님은 마귀를 쫓아내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셨습니다. 그리고 마귀는 능력이 아닌 그분의 마음과 굳은 의지에 그 자리를 떠나갑니다. 물론 돌아오기 위해 마지막 고통을 기억으로 남기지만 마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그 사람을 사랑하시고 지키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의 내용을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그 기도의 시작과 마침이 구하고자 하는 그 사람에게 있음은 알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은 처음부터 하느님 안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이, 그를 사랑하는 마음에 마귀는 자신의 잘못을 계속할 수 없게 됩니다. 마귀를 쫓아내는 일은 능력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일이며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을 구하는 것, 그것은 마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에 맡기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 가능해집니다. 주님을 따른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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