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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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 게으름에 컴퓨터에 앉아서도 그냥 저냥 며칠을 흘려보냈습니다. 복음은 읽었으나 생각도 정리를 하지 않은 채 마치 미사 때 처음 읽는 것처럼 사람들과 복음을 사이에 두고 서서 몇 마디 하는 것으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홀로 있을 때도 별로 없었던 게으름입니다. 피정에 시작된 생각들이 여전히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본당으로 돌아와서도 영 시원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이 사는 것을 신자들과 어떻게 나누어야 그들의 삶이 하느님께로 바로 연결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성전을 채우는 신자들의 숫자에 함몰될 일이 아님에도 반년을 향해 가는 지금 머리속은 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렇게 가면 결국 신자들이 성당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가, 재정은 어떻게 증가시킬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것 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동원하여 단기간 그것이 가져올 악영향을 보지 않는것을 위안 삼으며 내가 있는 동안 최대한 성과와 이름을 남기는 것에 열중하는 것은 유혹보다 허탈함이 더 한 듯 하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느끼는 중입니다. 


 

주님에게 등을 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복음을 대합니다. 그나마 방에서 떠난 유다는 아닌 셈이니 다행입니다. 


 

방에서 유다가 나간 뒤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셨으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이제 곧 그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예수님의 뜻모를 이야기가 전해질 때 제자들이 이 말씀을 이해했으리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말씀보다 재물을 사랑한 제자가 떠나고 주님은 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말씀을 전하십니다. 제자들에게 주어진 사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당신을 아는 모든 이들이 기억해야 할 "계명"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과의 계약을 맺으며 하느님은 그들의 하느님이 되시고,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조건으로 주어진 것이 계명이었습니다. 율법이 된 계명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결국 죄를 구분짓는 엄격한 규율로만 존재했습니다. 하느님은 그들에게 그들의 근본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전하시며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들의 열가지 이유를 알려주시고 경계하게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중요한 계명은 망각하고 십계명을 지키는 것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들을 그 기준에 의해 의인과 죄인으로 나누어버렸습니다. 결국 그들은 사랑하지 않았고, 무죄함을 주장하는 것으로 자신들을 지키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느님은 구원하시는 분이시자 심판하시는 분으로만 존재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완고한 생각을 바꾸려 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계명을 어떻게 지키는 것인지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이 "새계명"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새롭게 맺은 계약의 조건이 되는 이 계명은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하는 가르침입니다. 


 

얘들아, 내가 너희와 함께 있는 것도 잠시뿐이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 시간을 제자들과 보내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에 담긴 마지막 가르침이자 최종의 가르침은 "지켜야 할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면 모두 알고 있는 것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사랑하라'는 말씀이어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이 사랑이 구약에 하느님의 말씀과 다를 이유는 없고 완전히 같은 사랑입니다. 허나 이 계명이 새로워진 것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구약의 계명이 "지시"만 존재했다면 이 말씀은 "모범" 곧 "본보기"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여라"는 말씀보다 더 새겨야 하는 것이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라는 부분입니다. 곧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이 서로의 차이와 다름으로 인해 혼선을 빚고 사람들이 저마다의 처지에 따라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차별을 경험할 때 새로운 계명은 예수 그리스도 단 한 분을 모델로 우리에게 주어짐으로써 우리가 헛갈릴 이유가 없게 만드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라 서로 사랑하면 됩니다. 그분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셨음을 우리는 알고 있고, 우리를 늘 용서하시고, 늘 기다리시며 믿어 주셨다는 것도 우리는 복음을 통해 늘 경험합니다. 당신을 버리거나 죽인 이들의 죄를 용서하신 채 돌아가셨던 주님은 당신의 십자가가 우리가 살아야 할 한 사람의 모범이 되도록 만드셨습니다.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보며 그분처럼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표본이 되셨고 그 전에 당신을 보면 이 계명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리라고 말씀해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해야 합니다. 저마다 각자의 환경과 처지가 달라도 우리가 해야 할 사랑은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이기 때문에 그 양과 질에 구분은 없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스도처럼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이미 그분이 말씀하신 사랑을 알고 있고 또한 우리의 삶에서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오늘도 우리 안에서 당신의 생명을 나누고 계시고 우리도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 안에서 그분에 가장 가까운 사랑을 경험하고 삽니다. 이제 그 사랑에 그리스도의 마음을 담아서 완성을 이루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저마다 서로 닮고 싶은 사람으로 살아가십시오. 그리스도를 그렇게 사랑해야 하듯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입니다. 다른 것으로 사랑을 대체하려 하거나 비슷하다고 여기려 하지 말고 이것으로 모든 것을 시작하고 완성해야 합니다. 

  • 괴정베드로 2019.05.19 12:45
    아멘!
    오늘 복음 말씀
    오늘 교중 미사중의 신부님 강론
    오늘 미사중에 신부님의 ....세상 사람들이 저희를 통하여 예수님을 뵙게 하소서....하신 기도의 말씀!!!!!!!!!!!!!!!!!!!!!
  • 베르나 2019.05.19 18:0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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