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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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은 교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줄곧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느님에 대한 수식어 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이 가능하시다는 이 엄청난 표현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없습니다. 그런데 꼭 그런건 아닌거 같다는 위험한 '의심'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이해할 수 없기에 이 표현은 하느님에게만 가능한 듯 하지만 사람의 문제 앞에서 이 표현은 '유보된 듯'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유독 사람 앞에서 하느님은 늘 약한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오늘 예수님을 통해 등장 하는 포도밭 주인이신 하느님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어떤 밭 임자는 하느님이시고, 소작인들은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입니다. 그들은 율법과 예언서를 통해 살아온 민족의 스승이고 하느님께 제사를 올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존재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드러내는 증거가 됩니다. 


 

지금의 이야기라면 조금 불쾌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밭 주인과 소작인들의 관계가 의미하는 것은 '신뢰'입니다. 하느님이 믿고 맡긴 것이 소작인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긍정적이고 좋은 관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일정한 시기에 와서 입니다.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포도 철"이 그 특정한 시간입니다. 시간이 흘러 소작인들의 마음이 무뎌진 것이 아니라 "포도"라는 수확물이 등장하면서 관계는 틀어집니다. 포도나무에 포도가 열리면서 '이 포도는 누구것인가?'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물론 이것은 소작인들의 머리와 마음, 그리고 자신들끼리 암묵적으로 동의한 일방적인 잘못입니다. 포도 밭의 임자가 요구한 것은 정해진 몫의 수익을 주인에게 주는 것이었지만 소작인들은 그 조차 아까워졌습니다. 


 

생각해보면 키운 것도 자신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조차 임자를 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는 여기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포도는 모두 자신들의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포도밭 주인이 문제입니다. 자신의 종들을 보내어 소작인들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확인했음에도 그는 계속 보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어리석은 듯 보이는 결정을 내립니다. 오늘 '전지전능'이란 호칭을 사용해도 되는지 싶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았을텐데.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라는 생각을 한 주인에게 발견되는 것은 '믿음'입니다. 소작인들을 뽑아 그 밭을 맡긴 믿음을 결코 깨뜨리지 않는 주인은 우리가 하느님을 생각할 때 그분의 '전지전능'보다 먼저 우리에 대한 믿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기회의 연속과 믿음을 끝까지 가지고 계신 하느님에게 결국 그 신뢰를 깬 것은 반대로 주인의 믿음보다 자신의 눈 앞에 생긴 '포도'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인은 '내 아들이야'라고 믿음을 보냈고, 소작인들은 '저자가 상속자다'라고 살의를 가졌습니다. 하느님은 메시아를 약속했고, 백성은 메시아가 나타나면 죽일 생각부터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창조하신 세상을 뺏을 생각이 컸던 것이 주인과 소작인의 엇갈린 시선의 차이입니다.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비유들을 듣고서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아차리고, 그분을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군중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소작인들에게 묻습니다. '너희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하고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타인의 시선으로 보고는 옳은 판단을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눈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자신들을 옳게 판단하고 맙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로 그들을 판단해주십니다.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은 그들의 능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셨고 끝내 그들을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능력에 앞선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 눈 앞에 생긴 '이익' 앞에서 눈과 마음이 바뀌어 하느님께 등을 돌리고 잊어버리고 말지만 하느님은 끝내 우리를 믿으시고 우리는 그분의 믿음을 끝까지 이용하려 합니다. 복음은 그래서 잔인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마음 바뀐 소작인들이 아니라 끝내 기다려주시고 어리석을 정도로 믿음을 지니신 하느님입니다. 만약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그들의 조상 다윗처럼 그것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마음과 태도를 돌렸다면 어땠을까요? 


 

그러나 그들은 그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믿음을 위해 '전지전능'까지 미루시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참 행복해야 하는데 그래도 오늘 이 복음 아래 넘어질 사람들이 많은 것이또한 사실입니다. 소작인들은 들어야 합니다. 이 밭의 주인은 그 태도를 바꾸실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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