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부활 때에 그 여자는 그들 가운데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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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이 없다고 믿는 사두가이파 사람들. 그들은 예수님께 부활에 대해 물으며 그들이 가진 생각의 중요한 부분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삶에서 '질문'은 어떤 것에 대한 궁금증을 포함하지만 때로 질문의 '형식'을 가진 채로 어떤 것을 비난하거나 부정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됩니다. 오늘 사두가이파는 평소 예수님을 시험하려드는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부활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확신'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한 계층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관습과 사고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그들은 현세의 삶에서 하느님을 배경으로 잘 살았고 또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이방인의 지도층과 손을 잡는 것도 당연한 듯 여겼던 이들이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들에게 저 아래에 사는 이들의 세상에 대한 관심과 그들과 공유할 하늘나라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 던진 그들의 질문은 읽을 필요도 없는 질문입니다. 그들도 궁금하지 않는 또한 믿지 않는 것을 던진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런 이들의 질문을 풀어내는 것은 전혀 의미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이 질문에 고민하게 될 사람들을 조롱하며 예수님의 대답을 살핍니다. 


 

예상대로 예수님은 그들의 질문을 한쪽으로 치워버리십니다. 그들의 질문은 정리하고 요약하고 풀어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답 없는 질문을 던졌고 예수님은 그들의생각을 이미 알고 계셨으므로 그들의 말문을 막아버리십니다. 


 

"저 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예수님 말씀은 사두가이파에게 두 가지의 대답으로 들렸을 겁니다. "너희는 모른다"와 "너희에게 부활은 없다"라고 말입니다. 그들에게 정말 부활이 없을지는 하느님께서 정하실 일이지만 그들 스스로 부활이 없다고 단정지어 살기에 그들은 스스로 부활의 기회를 포기한 것임을 분명히 해 주시는 주님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마음에 남는 것은 그들이 무심코 버리듯 내던진 이야기 속의 한 여인의 모습입니다. 그 여인은 마치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을 닮아 있습니다. 연속되는 불운에 남편을 계속 잃어버린 여인은 그 자체로 '버려진 운명'의 삶을 살고 부활한 후에도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야 할 운명으로 버려집니다. 그녀에게 부활이 기쁠리 없고 그녀는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사두가이파의 머리 속에 그리고 현실의 처지에 머물러 있습니다. 


 

죄인이 아니어도 죄인이 된 듯 한 여인. 그녀가 결정할 운명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죽음 이외에 어떤 가능성도 없이 길거리에 내 몰린 여인과 전혀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정당함을 드러내기 위해 가장 비참한 예로 내 몰린 이 여인에게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일말의 미안함도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들에게 그런 비련의 여인의 운명은 그냥 웃어 넘기는 이야기거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이 성전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 그리고 그들의 현실을 넘어선 누군가의 희망을 짓밟아 버리는 권력의 힘이 하느님을 말할 때 드러나는 걱정스런 모습입니다. 이 여인은 그들의 입에서 현실과 미래에 버려진 인생입니다.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 때도 지금도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위치의 삶입니다. 그런 이들이 하느님을 말하고 신앙을 말한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무서울까요? 그들도 갈 생각이 없는 곳에 대해 희망을 말하며 그 아래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비극입니다. 


 

처분을 기다리는 이들은 부활을 꿈꾸지만 그 부활을 줄 리 없는 이들은 그들에게 마음껏 상상의 세상을 선물하고 그 모습을 즐깁니다. 그들은 그들의 말로 입이 막힐 겁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지금도 앞으로도 그들에게 유효합니다. 그들은 모르고, 그들이 갈 부활의 삶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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