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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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을 지내고 마음과 같은 몸상태를 느낍니다. 좀 쉬고 싶은데... 그게 그리 쉽지 않아서 복음을 읽고도 그냥 미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지나 또 다시 묵상 없이 미사에 들어갔다 하루 다 지난 시간에 이틀이 아닌 사흘치의 복음을 읽고 글을 쓰려고 앉았습니다. 허기는 지는데 뭘 꺼내 먹을 생각은 없고, 나가자니 힘겹고 그저 게으름을 웃다가 이리저리 노트를 꺼내 들고 있습니다. 


 

부활이 지나고 이틀이 지난 후 주님의 모습을 처음 봅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여전히 주님이 아닌 주님의 천사들입니다. 


 

그때에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면서 무덤 쪽으로 몸을 굽혀 들여다보니 하얀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한 천사는 예수님의 시신이 놓였던 자리 머리맡에, 다른 천사는 발치에 있었다. 그들이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하고 묻자, 마리아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예수님의 빈무덤에서 천사를 만납니다. 그들의 모습은 새 하얀 옷을 입은 이들입니다. 마치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여주는 듯 했고 마리아는 그들에게 주님의 부활 소식을 듣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바로 뒤에 주님이 계십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뒤로 돌아선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다. 그러나 예수님이신 줄은 몰랐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에게 주님을 묻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마리아가 예수님을 정원지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복음은 알려줍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몇가지 편견 중에 주님의 존재가 전혀 다른 차원의 분이 되셨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제 다시는 죽음이 없는 것이 부활의 단계라 생각하고 주님의 모습은 이제 이 세상의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모습은 부활하셨음에도 잘 드러나지 않으십니다. 그분의 몸은 천사와 같지 않고 그저 정원지기의 모습인듯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 하고 불렀다. 이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면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하신 이 말씀을 전하였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님을 알게 된 것은 그분의 목소리 때문이었습니다. 변함 없이 그녀를 부르시는 같은 목소리를 보고 마리아는 주님의 부활을 체험합니다. 그래서 부활은 새로운 것이 아닌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을 다시 뵙게 되는 것임이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목소리. 변하지 않는 그분의 목소리는 예수님의 부활이 변화의 상징이 아닌 영원한 사건임을 알려줍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변화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예수님을 중단시키기 위해 벌인 살인이었고 예수님의 모든 것은 모자람 없는 하느님의 뜻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변화를 상상하는 것은 부활에 대한 오해라고 말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변하지 않으셨고 여전히 우리 곁에 계셨던 모습대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러니 하얀 소복차려 입은 주님이 아닌 보통 때의 차림으로 계신 주님이 마리아 앞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분의 목소리가 알려준 부활의 진실 속에 부활을 꿈꾸는 우리도 지금 우리의 모습이 그리 낯설거나 싫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으로 충분한 부호라의 날이 우리의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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