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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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토요일 아침에 성 금요일의 묵상을 합니다. 또 한 번의 수난 복음을 읽고 예수님의 말씀에 목소리를 옮겨봅니다. 그러나 오늘은 주님의 수난의 날이자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날입니다. 그래서 이 복음은 그저 기억일수 만은 없는 날입니다. 


 

아무런 인사도 향도 없는 날 복음 속 주님은 당신을 죽이기로 결정한 이들 사이에서 죽음을 마주 하고 계십니다. 무엇에 홀린듯 이스라엘 백성은 주님을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또 그 한 편 실제 살인자로 기억될 빌라도는 주님을 살리기 위해 애를 씁니다. 결국 세상의 통치자는 지배하는 이들의 간청에 못이겨 한 사람의 무죄한 백성을 죽이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생각해도 아무런 잘못도 없는 이를 죽이려 안달이 난 이 나라 지도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황제의 이야기를 꺼내며 황제에게 충성까지 약속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이야기는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빌라도는 황제의 친구로 남기 위해 협박을 당하고 성직자들은 자신들의 신이 아닌 지배자의 황제에게 충성을 보이며 작은 고을에서 올라온 한 목수를 죽이는데 온 힘을 쏟습니다. 그것이 이 죽음의 배경이자 실제 였음을 요한 복음은 전하려고 애를 씁니다. 보기 좋게 그 증거로 살인자는 빌라도, 죽은 이는 나자렛에서 자신을 유다인의 왕으로 주장한 어리석은 예수라고 기록에 남기는 것도 성공했습니다. 


 

그것이 성직자들의 힘이었습니다. 백성을 선동하려 한다고 주님을 몰아세웠으나 정작 자신들이 백성들을 선동했고 후손들이 이를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백성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말했다고 반복하고 있으니 그들의 치밀한 계획은 시대를 막론하고 성공한 듯 보입니다. 


 

부활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오늘은 이스라엘의 안식일. 누구도 주님의 무덤에 들릴 수 없는 진짜 슬픈 날입니다. 이유 없는 죽음. 그리고 누구도 찾지 못하는 완벽히 멈추어 버린 날이 '성 토요일'입니다. 그래서 성 금요일의 묵상을 성토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지난 밤. 우리 앞에 주님의 십자가가 드러났고, 그 전례의 끝에 우리는 또 다시 그분의 생명을 영한 채 이 멈추어버린 날을 보냅니다. 그래서 부활의 희망은 지금 살아남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해야 할 듯 합니다. 


 

주님이 없는 날. 우리만 남은 날. 
 

우리는 그분의 생명이 흐르는 몸과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오늘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하고 살아야 합니다. 죽은 듯 한 하느님의 안식일에 말입니다. 
 

주님은 이 시간의 시작을 이 말씀으로 열어 놓으셨습니다. 


 

“다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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