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993BCF435CB7B1712299B9


 

성목요일입니다. 하루에 두 대의 미사가 드려지는 하루입니다. 그리고 하루가 아닌 두 날이 겹쳐져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성유축성미사를 통해 우리는 지난 사순절을 끝마치고 성목요일이자 성금요일의 시작에 주님 만찬미사를 봉헌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의 미사가 시작된 곳의 장면을 전해줍니다. 요한복음을 적은 이는 이 식사가 주님이 마련하신 '끝사랑'임을 알려줍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구해주신 날을 기억하는 파스카 축제 전 예수님의 마지막 시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저녁에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는 예수님은 그 자리에서 당신의 유언과 유산을 남기십니다.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래도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 하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요한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유산을 만납니다. 그것은 그분의 손길이고, 그 손에 쥐어진 제자들의 발이 그 내용입니다. 시시각각으로 당신의 죽음이 다가오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을 자리에 앉히시고 그들 앞에 꿇은 채로 그들의 발을 씻으시고 수건으로 닦아 주십니다. 


 

예수님의 이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음은 모두가 알았고 베드로는 적극적으로 사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양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이 하실 가장 중요한 사명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해 주는 행동으로 이해되는 이 모습은 사실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그 내용이 바로 잡힙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겉옷을 입으시고 다시 식탁에 앉으셔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오늘 각 성당에서는 사제들의 손에 교우들의 발이 씻겨집니다. 그런데 이 모습은 스승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모습의 재현이 아닙니다. 스승의 말씀을 우리가 실천하는 것이어서 우리는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우리 서로의 발을 씻어주는 것입니다. 곧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가 주님이 하신 모범을 따라 우리 서로의 발을 씻어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삶을 실천하여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 하느님이 바라시는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마지막 식사에서 보여주신 발씻김 예식과 성체성사는 하느님 아들의 형제적 사랑이자 가족을 이루는 신비의 성사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예수님의 유언이자 유산이었습니다. 말씀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신 주님의 마지막을 지키는 우리는 당신의 죽음 전 생명의 빵을 받았습니다.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든 우리는 그분의 남은 시간을 채 지키지 못하고 그분을 세상에서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에게 전해진 당신 생명과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주님은 기꺼이 그 길을 가셨습니다. 부활을 알고 계셨지만 그것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으셨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오히려 주님의 담담함과 마지막까지 보여주신 사랑은 그것이 그분의 최선이었고 늘 한결같아서 바꿀 수 없었던 유일한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막아서고 멈추려 한 것은 우리였지 그것으로 멈출 생각이 없었던 예수님은 그 길을 계속 가셨고 그분의 생명은 우리에게 흘러들어왔고 또 아버지에 의해 당신은 원래의 자리를 찾으셨습니다. 그래서 비극은 기쁨으로 바뀌었고 사랑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영원은 죽음 뒤에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 때부터 우리 안에서 계속되고 있음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느끼며 서로의 발을 씻어주는 마음으로 생명을 나누는 오늘 생명의 잔치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 괴정베드로 2019.04.18 23:31
    아멘!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
    을 보여 준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1 2020년 3월 8일 사순 제2주일 1 별지기 2020.03.07 13
270 2020년 3월 7일 사순 제1주간 토요일 별지기 2020.03.03 9
269 2020년 3월 6일 사순 제1주간 금요일 별지기 2020.03.03 8
268 2020년 3월 5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 별지기 2020.03.03 2
267 2020년 3월 4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 별지기 2020.03.03 2
266 2020년 3월 3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별지기 2020.03.03 1
265 2020년 3월 2일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별지기 2020.03.03 8
264 2020년 3월 1일 사순 제1주일 별지기 2020.02.29 13
263 2020년 2월 29일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별지기 2020.02.29 1
262 2020년 2월 28일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별지기 2020.02.29 2
261 2020년 2월 27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별지기 2020.02.29 2
260 2020년 2월 26일 재의 수요일 별지기 2020.02.29 1
259 2020년 2월 25일 연중 제7주간 화요일 별지기 2020.02.29 2
258 2020년 2월 24일 연중 제7주간 월요일 1 별지기 2020.02.24 9
257 2020년 2월 23일 연중 제7주일 1 별지기 2020.02.23 5
256 2020년 2월 22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1 별지기 2020.02.21 8
255 2020년 2월 20일 연중 제6주간 목요일 1 별지기 2020.02.19 13
254 2020년 2월 19일 연중 제6주간 수요일 1 별지기 2020.02.19 2
253 2020년 2월 18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 별지기 2020.02.17 2
252 2020년 2월 17일 연중 제6주간 월요일 별지기 2020.02.17 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