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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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듣기 : https://youtu.be/xUpO3JwU8XU


 

사순 제2주일입니다. 본당 사목구 주임은 "모든 주일과 의무 축일에 교중 미사 봉헌과 강론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일도 교우들 없이 교우들을 위한 미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듣지 않는 강론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편리해진 세상 때문에 강론을 인터넷에 올려두고 원하는 이들만 들을 수도 있게 되었지만 그러나 얼굴을 마주하고 하는 강론과는 많은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의 원래 모습인듯 빛나는 예수님의 모습은 베드로의 모습처럼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모습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묵주기도에도 이 사건은 우리가 기억하는 예수님의 중요한 공생활의 일부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사건은 예수님이 우리 곁을 완전히 떠나신 후에 모두가 알게 된 내용입니다. 이 사건의 목격자들이었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당부를 잘 지켰고 그래서 세상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 되어 버린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 사건을 우리의 기억 속에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그분의 영광을 말하는 것과 그 안에 담겨진 진실 모두가 비밀에 붙여 졌지만 이 세상을 기준으로 본다면 하나는 드러났고 하나는 감춰졌으니 드러난 것은 그 자리에서 예수님이 모세와 엘리야와 나눈 이야기의 내용이었습니다. 곧 예수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느님을 세상이 알게 해 준 모세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준 대표적인 예언자 엘리야는 주님이 하시려는 일에 대해 상의합니다. 모습은 영광으로 빛나지만 그 속은 사랑으로 인해 주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일의 목격자이자 그들의 기억을 물려받은 후손들입니다. 
 

그러나 영광스럽게 빛나신 예수님의 모습은 감추어졌습니다.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시기까지 이 세 제자들 외에는 알리가 없었던 사실은 주님이 그 내용으로 당신이 알려지시는 것을 원치 않으셨음을 알게 합니다. 


 

우리가 사순절을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보내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 죽음에 동반되는 수난의 고통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님이 늘 수고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신 분인 듯 착각을 일으킵니다. 곧 우리의 신앙도 힘겹고 인내와 수고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영향이 큽니다. 그러나 주님은 분명 십자가를 향하고 계시지만 예수님의 삶이란 죽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고통과 영광이라는 극단적인 기억으로 구분하는 것은 그리 옳은 일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일상은 늘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속에 함께 하셨고 우리는 그분과 함께 하며 바쁘고 땀흘리는 일상에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일으키시는 행복은 지금의 자리를 떠나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주어지는 행운의 삶이 아닙니다. 


 

우리가 기대하고 기다렸던 주님은 산 위에서 변하신 영광스러운 모습의 주님이었지만 그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주님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시려면 우리가 그분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외에 생각할 여지는 없었을 겁니다. 


 

주님은 그 산을 원래 모습 그대로 내려 오십니다. 그것은 주님이 당신을 숨기신 것이 아니라 당신이 선택하신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의 모습을 믿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자리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살고 그것으로 하느님을 알고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산 위의 영광을 위해 어디론가 향하는 이들은 잘 새겨 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바라는 모습은 주님도 원하지 않으셨던 것을 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말입니다. 
 

간절함은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동의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인생이나 삶이라 생각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게 살았던 기간임을 늦지 않게발견하기 바랍니다. 
 

사순절. 그런 주님 때문에 기뻐합니다. 우리 안으로 들어오신 주님의 모습이 지체 높은 어른들의 '암행'이 아니라는 것이 기쁘고 우리와 함께 드시고 사셨음에도 하느님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전해 주셨음이 또한 기쁩니다. 그것이 우리가 누리는 영광이며 우리가 받은 은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하고 그것으로 하느님의 뜻을 펼쳐 세상을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집에 머물며 주일을 지내야 하는 본당 모든 식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그 집에서 제가 함께 하는 주님과 만나시길 바랍니다. 지금 그 자리가 주님의 자리이고 주님의 비밀을 아는 제자가 바로 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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