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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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조금 멀리 성당 가족들과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부활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사람들이 많지만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휴식을 위해 길을 떠났습니다. 부활을 맞이하는 이들이 '엠마오'로 부르는 간단한 나들이는 그 옛날 엠마오로 떠난 제자들의 여정과는 참 많이 다릅니다. 
 

그들은 주님의 무덤이 비어버린 사건을 두고 길을 떠났고, 우리는 주님의 부활 사실을 알면서 길을 떠납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님을 만나 자신들이 겪은 모든 일들을 솔직히 드러내고 나누면서 주님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아쉬움을 말했습니다. 그분은 예언자였으나 다른 예언자처럼 그렇게 우리를 떠나셨다는 것이 제자들이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길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주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자들은 예루살렘을 벗어난다는 안도감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이만저만 실망한 것이 아닌 듯 합니다. 그래서 그들도공동체를 먼저 떠나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주님의 제자들이라고는 하나 그들의 이야기에는 그들이 주님에 대해 가졌던 생각만 있을 뿐 그분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다 끝난 듯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들의 제자됨도 길을 잃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 곁에 계셨고 예전처럼 그들은 같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변한 것은 없었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다시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끊어졌던 길이 이어지고 주님과 제자들의 관계도 이어졌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새로운 스승을 만난 듯한 제자들이지만 그들이 들은 내용은 죽어버린 스승에 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 조차 하느님의 뜻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 길을 계속가야 하는지 제자들은 생각과 걸음을 멈춰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스승을 붙잡게 됩니다.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엠마오의 사건은 제자들을 멈추고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에 의미가 있었던 듯 합니다. 우리는 길에서 주님을 만난 것을 말하지만 주님은 제자들 안에서 사라지셨고 제자들은 그들이 떠나온 곳을 향해 다시 걸음을 돌리게 됩니다.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부활은 새로운 시작이 아닌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일입니다. 떠나는 길에서 주님을 만난 제자들은 그 길에서 주님을 만나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원래 함께 하던 이들과 다시 만나 주님으로 하나가 됩니다. 주님이 사랑하신 제자들은 모두 다시 만나 하나가 됩니다. 그들 안에 주님은 여전히 살아계시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제 그들이 주님과 함께 전면으로 나와야 하는 시간을 맞이합니다. 그것이 부활의 또 다른 부분입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을 되돌려 놓으신 주님의 생명의 빵을 오늘도 모시는 우리입니다. 부활의 기쁨은 그 때부터 생명의 빵으로 우리와 함께 했던 모양입니다. 2천년 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으시는 예수님. 그분의 사랑을 다시 느낍니다. 되돌아가야 하겠습니다. 다시 예루살렘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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